신앙인들에게는 특별한 만남의 순간이 있습니다. 미사를 시작하면서 주례 사제와 인사를 나누는 때입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라는 인사가 건네지는 순간은 단순히 미사를 집전하는 주례 사제와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과의 의례적 인사의 순간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그 인사는 주님의 현존이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믿음과 희망의 고백이며 그 인사 안에서 신앙인들은 자신의 삶에 다가온 예수님의 현존을 느끼게 됩니다.

미사를 시작하며 건네는 사제의 인사에 신자들은 이렇게 응답합니다.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여기서 말하는 사제의 영은 사제 개인의 영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제가 성품성사를 통해 받은 성령과 그 은사를 말합니다. 곧 사제는 한 개인으로서 미사를 주례하는 것이 아니라 서품 때 받았던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봉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천 년 전 십자가상 희생 제사가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다시 재현되고 우리의 구원이 바로 여기서 현재화됩니다.

이렇게 미사를 시작하며 우리는 이 세상을 구원하신 구세주를 만납니다. 여기서 말하는 세상은 흔히 말하는 온 세상뿐만 아니라 나의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과거와 불안한 현재의 내 모습과 두려운 미래의 삶까지도 전부 포함합니다. 미사 안에서 이천 년 전에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분께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구원하러 오십니다. 우리의 죽음과도 같은 삶을 생명으로 바꾸시고 우리의 슬픔을 기쁨으로 변화시키실 것입니다. 그렇게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슬픔과 힘겨움을 만나러 오십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그래서 이 인사는 우리를 절망과 어두움 속에 내버려 두지 않고 빛과 생명에 머무르도록 하기 위해 주님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랑의 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