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한가위를 맞이해서 수확의 풍성한 결실을 맺게 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우리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신 우리의 조상님들과 부모님과 가족과 친척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을 위해 기도 드리며 합동위령미사를 봉헌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들으신 바와 같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가을비와 봄비를 쏟아 주시고,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 차게 해 주시고, 햇 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쳐흐르게 해주시며, 우리를 배불리 먹여 주시는 분이십니다.(요엘 2,23-24.26) 그래서 우리는 음식을 먹기 전에 항상 하느님께 먼저 감사를 드리며 기도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과 먹을 것을 마련해 주시는 분이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이 수확한 곡식과 재물들을 큰 곳간에 넣어 두고는 이제 쉬면서 즐기려고 합니다. 그 사람은 그 곡식과 재물을 자기 것으로만 생각하고, 앞으로 자기를 위해서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것들이 바로 하느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그에게 가르쳐 주십니다.(루카 12,16-21 참조)
우리도 오늘 복음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처럼 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내가 소유한 것들을 다 내 것이라 생각하고 나를 위해서만 사용하며 다른 사람에게 잘 나누어 주지 않습니다. 가족과 친척 사이라 할지라도 이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우리는 친척들조차도 소유에 있어서는 남이라 생각하고, 혈연관계 안에서조차 내 것을 꽉 움켜쥐면서 나누지 않고 살아갑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친척들과의 관계에서 거의 남남 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들은 하루아침에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조상 들이 만들고 지켜온 것들로서 우리에겐 너무나 소중한 것입니다. 전통의 힘은 멀리 떨어져 사는 우리들을 다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모아 주고, 우리의 정체성을 깨닫게 해 줍니다. 우리의 전통들을 우리가 더 이상 소중히 여기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때 우리는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오늘 한가위를 맞아 합동위령미사를 봉헌하면서 우리는 우리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신 우리의 조상님들과 부모님들과 가족과 친척들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드리며, 그분들이 우리에게 물려 주신 우리의 소중한 전통들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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