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교 주일로서 우리는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를 드립니다. 민족들의 복음화라는 말은 모든 민족들이 복음화되는 것을 말합니다. 복음화란 복음을 믿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복음은 무엇입니까?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 즉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어 우리에게 전해주시고 보여주시고 가르쳐주신 모든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복음은 곧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전교란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분들은 ‘나 혼자 신앙생활 하기도 힘든데, 뭘 또 다른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말인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이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9-20)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남기신 사명입니다. 예수님의 모든 제자들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민족들에게 가서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을 전하고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어 예수님의 제자가 되게 해야 한다는 전교의 사명을 주신 것입니다. 만약 제자들이 이 말씀을 듣고도 전교하지 않고 그냥 자기 혼자 신앙생활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랬다면 이스라엘과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하느님도, 예수님도 모른 채 그냥 살았을 것입니다.

이천년 교회의 역사는 전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교회는 사도들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늘 다른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전하면서 자라고 성장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회는 많은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였고, 또 많은 박해도 받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복음을 전했기에 오늘날 온 세상에 예수님의 복음이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전교는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느님을 전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알려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알려준다고 해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고, 또 내가 잘 모를 경우에는 알려주고 싶어도 알려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전교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먼저 내가 예수님과 복음을 잘 알고 그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서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옛날에 비해 삶의 영역이 매우 다양해지고 넓어졌기 때문에 종교도 그저 삶의 여러 영역 가운데 하나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복음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는 예수님과 복음과 신앙이 삶의 모든 것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교가 그저 삶의 한 영역이 아니라 나의 삶과 존재의 모든 것이 된다는 것을 보여줄 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