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예수님과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지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하나뿐인 아들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시면서,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가정에서 조용히 보내게 하셨습니다. 그 30년의 긴 가정생활을 토대로 해서 3년이라는 짧은 기간의 하느님 구원 사업이 이루어 것입니다.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있어서 기초를 이룬 것이 바로 ‘가정’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30년 동안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평범한 유대인의 가정생활을 하셨습니다. 너무나 평범하게 사셨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아무도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가정은 여느 가정과 똑같이 평범한 가정이었습니다.
이 평범한 가정을 왜 우리는 성가정이라고 부르는 것일까요? 예수님의 가정이라서 그냥 성가정이라고 부르는 것일까요? 성모님이 너무 기도를 열심히 하셔서 성가정이라고 부르는 것일까요? 예수님의 평범한 가정이 성가정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온 가족이 함께 하느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고 순종하며 함께 기도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30년 동안 조용히 가정생활을 하라는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고 순종하셨습니다.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도 성령께서 아이를 잉태하고 낳게 하리라는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고 순종하셨습니다. 그리고 세 분은 늘 함께 하느님께 기도하셨습니다. 늘 함께 안식일에 회당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늘 함께 예루살렘 성전에 가서 하느님께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렇게 가정에서 30년을 보내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펼쳐지게 됩니다. 그만큼 가정이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예수님이시니까, 요셉과 성모님이시니까 그렇게 사셨겠지...’ 라고 말입니다. 예수님과 같은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이 30년을 같이 살면서도 세 분을 전혀 특별하게 따로 눈여겨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합시다. 그 분들은 우리와 완전히 똑같은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예수님의 가정이라고 해서 큰소리 한 번 안 나고, 싸움 한 번 안 났다 생각하면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동화 속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가족입니다. 예수님과 요셉과 마리아는 우리와 똑같은 현실 속에서 우리와 똑같은 가정을 꾸리며 사셨습니다. 때로는 의견 충돌도 있었고, 다툼도 있었고, 마음이 맞지 않을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그분들은 하느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고 순명하며 함께 기도하셨을 것입니다. 성가정의 해답은 이렇게 간단하게 보이지만 사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가정 안에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하지 않고, 내 뜻이 이루어지도록 하려 합니다. 우리는 힘든 일들을 겪을 때 함께 기도하지 않고, 상대방이 먼저 바꾸고 움직여주기를 바랍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려 한다면 많은 것이 바뀔 것입니다. 가족들이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함께 모여 기도한다면 더 많은 것이 바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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