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과 시몬은 오늘 복음 이전에 이미 첫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 첫 만남은 요한복음서가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이 첫 만남이 있은 다음날 예수님은 갈릴래아로 가셨고, 오늘 복음에서 시몬을 두 번째로 만난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연스럽게 시몬의 배에 올라가 사람들을 가르치셨고, 시몬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시몬도 예수님의 말씀대로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렸습니다. 시몬이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내리자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은 물고기가 잡혔습니다.
이 기적을 보고 시몬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와 동료 어부였던 야고보와 요한이 모두 예수님을 따르게 됩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루카 5,10) 결국 예수님께서 첫 제자들에게 놀라운 기적을 행하신 이유는, 앞으로 그들이 그물에 걸려든 수많은 물고기처럼 많은 사람들을 예수님께로 인도할 어부가 되리라는 것을 미리 보여주신 것입니다.
여기 앉아 있는 우리들도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예수님의 제자로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도 베드로처럼 사람을 낚는 어부로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우리도 내가 알고 믿게 된 예수님과 그분의 말씀과 행동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야 하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이 사명을 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오늘 예수님께서 분명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도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얕은 곳에 가서 그물을 던지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힘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얕은 곳에 가서 그물을 던지면 물고기 외에도 쓸모없는 온갖 것들이 그물에 걸려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정말 필요하고도 큰 물고기들은 얕은 곳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물고기들은 깊은 곳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깊은 곳까지 가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고,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는 더 큰 노력을 쏟아야 하며,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들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한 마리의 물고기라도 제대로 건진다면 백 마리의 쓸모없는 물고기를 건진 것보다 훨씬 값진 일을 한 것입니다. 하느님을 전하는 일에 있어서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숫자의 유혹에 빠지는데, 숫자가 많으면 뭔가 일이 잘되고, 숫자가 적으면 뭔가 일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온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 열두 명의 제자만을 뽑으셨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는 데에는 많은 숫자의 어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한 명의 어부가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제대로 된 한 명의 어부로 살고 있습니까? 우리는 지금 깊은 곳으로 찾아가 그물을 던지고 있습니까? 우리는 정말 필요한 물고기 한 마리를 건지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이 물음들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것입니다. 이 물음들에 우리가 “예!” 라고 대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금 사람을 낚는 어부로 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부족한 나를 부르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루카 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