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부활 팔일 축제의 마지막 날인 부활 제2주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3) 이 말씀에 따라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마다 이렇게 기도합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소서.”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부여하신 사명이 바로 용서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것을 가르쳐 줍니다.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용서이며, 우리가 서로를 용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는 우리가 먼저 예수님께 용서를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난 결코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어. 그 사람도 용서받지 못하고 나도 용서받지 못하면 돼.” 이런 생각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의 마음입니다. 경상도 식으로 말하면 “니 죽고 내 죽자.”라는 식입니다. 이것은 분명 하느님의 뜻과는 반대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너도 살고 나도 살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에게 잘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어라. 그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분께서는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기 때문이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5-36)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까지도 인자한 자비가 바로 하느님의 자비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부활 제2주일인 오늘을 하느님의 이 놀라운 자비를 기억하는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선포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기억하며 우리도 그 자비로운 마음을 닮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과 악한 사람들에게까지도 인자한 것은 우리의 상식과 본능과 복수 심리를 모두 뛰어넘는 것이며, 그 모든 것을 끌어안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길어야 팔구십년이고, 사실 언제 죽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늘 치고받고 싸우고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습니까!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서로 사랑해야할 시간도 너무 모자란 우리의 짧은 인생길에서 우리는 정말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용서하는 것은 미움과 복수의 마음을 죽이는 것이기에 부활입니다. 우리가 진정 부활하려면 용서부터 해야 합니다. 끝까지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한다면 나도 끝까지 부활할 수 없습니다. 내 안에 있는 그 모든 미움과 상처들을 다 내려놓을 때 비로소 우리는 마음 편히 하느님께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