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구약성경의 레위기를 통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마음속으로 형제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너희는 동포에게 앙갚음하거나 앙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19,17-18)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이미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사랑의 계명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사랑의 새 계명을 주십니다.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계명을 넘어서, 이제는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 예수님이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하셨는지를 보고 배워서 우리도 그렇게 사랑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셨습니다. 상대방이 누구이든, 어떤 사람이든 가리지 않으시고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랑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에 대한 기준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좋은 사람, 싫은 사람, 미운 사람 등을 구분하고 사람마다 다르게 대하지만 예수님에게 그런 구분은 없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존중받고 있고, 인정받고 있으며,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예수님은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우리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주거나 나를 힘들게 하거나 나의 믿음을 배신하면, 그 사람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마음으로 내쳐버리지만, 예수님은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당신을 은전 서른 닢에 팔아넘긴 유다도, 당신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했던 베드로도, 당신을 버리고 도망쳐버린 나머지 제자들도 모두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또, 예수님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주셨습니다. 바로 당신의 목숨을 내놓으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 우리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뭔가를 주고 싶어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할수록, 내가 가진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주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주는 만큼만 나도 줍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람들이 당신에게 해준 것과 아무런 상관없이 당신의 생명을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바로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서 내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예수님은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내어주십니다. 우리 영혼의 양식으로 당신의 생명을 계속 내어주고 계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이 놀라운 사랑을 진정 가슴깊이 깨달아야만 합니다. 십자가를 바라볼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셔서, 바로 나를 위해서 저렇게 돌아가셨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또, 성체를 모실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모실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셔서, 바로 나를 위해서 당신의 몸을 내어주신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도 나를 향한 예수님의 이 사랑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의 신앙생활은 다 헛것이 됩니다. 그저 인간적인 친교 또는 나 개인을 위한 위로나 마음의 평화를 얻는데서 그치고 맙니다. 우리의 신앙은 이런 것들을 완전히 초월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한없는 사랑을 받으면서 그 사랑을 깨닫고, 나도 그 사랑으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사랑이 없는, 그리고 사랑하려고 하지 않는 신앙생활은 알맹이가 없는 껍질과도 같으며, 아직도 우리 신앙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