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의 바로 앞부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군중 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중재인으로 세웠단 말이냐?”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에게 오늘 복음의 첫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3-15)
형이 유산을 다 가로채 버려서 동생이 예수님께 그 유산 좀 나누어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어이없는 상황입니다. 오늘날에도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재물 앞에서 형제도 가족도 버리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무엇이 진정 소중한 것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날 밤에 자기 목숨을 가져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 재물을 모으기에만 급급하다가 인생을 마감해 버린 것입니다.
오늘날 이 세상은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자본이 인간의 모든 것을 장악해 버린 세상입니다. 그 속에는 예수님께서 경고하신 인간의 탐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재물을 모으기 위해서라면 돈을 더 벌기 위해서라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윤리도 무시해 버리고 눈을 감아 버립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그 뒤에 숨어 있는 ‘자본’이라는 거대한 괴물을 봅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날마다 이 시대의 탐욕과 자본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날마다 죽어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가 지수의 변화에는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상을 향해 교황님은 날마다 부르짖고 계십니다. 비싸고 좋은 차를 사기 위해 자동차 전시장을 기웃거릴 때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을 기억하라고 외치십니다.
명절을 함께 지내는 우리들의 마음 안에 오늘 예수님의 말씀과 교황님의 호소를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탐욕을 경계하지 않는다면 오늘 복음의 어리석은 부자처럼 재산만 모으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느님께서 우리의 목숨을 거두어 가실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은 최후의 심판 때 어떤 기준으로 우리를 판단하실 지를 분명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교황님의 호소와 똑같이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가 바로 최후의 심판 때 천국과 지옥으로 가는 기준이 됩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들은 이 세상의 탐욕과 물질만능주의에 휩쓸리지 않도록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또 비록 타향에서 살지만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전통들도 잘 지켜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 특별히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신 조상님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드리며 또 함께 하지 못하는 가족 친척들을 위해서도 미사 중에 기억하도록 합시다. 특별히 가족 친척들 가운데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그분을 위해서도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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