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에 개봉했던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몇 개 안되는 개봉관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계속해서 상영관이 퍼져 나가며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봤니다. 이 영화는 살레시오 수도회의 이태석 요한 신부님의 삶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든 것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그저 한 사제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울지 말라고 되어 있지만 그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그 눈물은 바로 예수님처럼 살다가 세상을 떠난 한 사제의 삶의 모습에서 받은 감동의 눈물이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참된 전교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말로만 예수님을 믿으라고, 성당에 나오라고, 세례를 받으라고, 냉담을 풀으라고 하는 것은 참된 전교가 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시고 가르쳐주신 삶을 우리가 먼저 살아낼 때 우리의 삶의 모습이 바로 참된 전교가 되는 것입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톤즈의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믿으라고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가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아이들에게 공부와 음악을 가르쳐주고, 버려진 나환자들을 직접 찾아가서 보살펴 주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곳 사람들은 모두 예수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책도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이태석 신부님의 모습을 통해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게 된 것입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도 인도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믿으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저 예수님이 명령하신 대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끝까지 돌보아주었습니다. 결국 전교는 그리스도교라는 종교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삶을 내가 살아내는 것 그래서 ‘나’라는 존재와 나의 삶의 모습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피어오르게 하는 것입니다.
이태석 신부님이 세상을 떠나기 전 유일하게 남긴 책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에서 신부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보잘것없는 형제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도 그랬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가 의사로서 정신적 지도자로서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 박사도 그랬다. 그리고 어릴 적 집 근처에 있었던 ‘소년의 집’에서 가난한 고아들을 보살피고 몸과 마음을 씻겨 주던 소 신부님과 그곳 수녀님들의 헌신적인 삶의 모습도 그랬으며 일찍이 홀로 되어 덜렁 남겨진 10남매의 교육과 뒷바라지를 위해 눈물은 뒤로한 채 평생을 희생하신 어머님의 고귀한 삶도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한 아름다운 향기였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리고 의식을 하든 하지 않든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런 향기가 서로 얽혀서 알게 모르게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음에 틀림없으리라. 우리는 삶에 향기를 만들어야 한다. 후각만 자극하는 향기가 아닌 사람들의 존재에 그리고 그들 삶의 원소적 배열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자석 같은 향기 말이다. 복음을 전파함에 있어 교리서나 성경에 있는 내용을 주입하는 것을 넘어서,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통해 주위 사람들의 영혼을 건드려 움직이게 하고 감동하게만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완벽하고 발 빠른 복음화가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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