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6년 11월에 ‘자비의 희년’을 폐막하면서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지내도록 선포하셨습니다. 교황님은 당신의 이름 그대로 교황 직무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여 오셨습니다. 교황님의 첫 번째 권고인 『복음의 기쁨』을 보면 186항부터 216항까지 가난한 이들에게 교회인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모든 그리스도인과 공동체는 가난한 이들이 사회에 온전히 통합될 수 있도록 가난한 이들의 해방과 진보를 위한 하느님의 도구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귀담아 잘 들어주고 그들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귀를 기울이시는 하느님의 도구인 우리가 그러한 부르짖음에 귀를 막는다면, 우리는 아버지의 뜻과 그분의 계획을 거스르는 것입니다.”(187항)

이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그 전의 어느 교황님이나 교회 문헌도 말하지 않았던 놀라운 말씀을 하십니다. “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바랍니다. 가난한 이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그들은 신앙 감각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통 속에서 고통 받으시는 그리스도를 알아 뵙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난한 이들을 통하여 우리 자신이 복음화 되도록 해야 합니다.”(198항)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야말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말씀하시고 추구해 오신 우리 교회의 본질이자 핵심적인 소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황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호소하십니다. “저는 노숙자, 중독자, 난민, 토착민, 점점 더 소외되고 버림받는 노인들과 그 밖의 많은 이를 생각합니다.”(210항)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을 매우 강하게 질타하십니다. 교황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다보면 그분이 말씀하시는 가난한 사람이 그저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범위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황님에게는 노숙자, 중독자, 난민, 토착민, 점점 더 소외되고 버림받는 노인들과 온갖 인신매매의 희생자들, 노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불법 공장이나 매춘 조직에서 불법 노동 착취를 당하는 사람들과 구걸에 이용되는 어린이들, 이 모든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교황님은 이 모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날로서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정하신 것입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도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물질적 궁핍, 부당한 억압, 육체적 정신적 질병, 죽음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인간의 비참은 원죄 이후 인간이 놓이게 된 타고난 나약한 처지와 구원의 필요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표지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비참은 구세주 그리스도의 연민을 불러일으켰으며 그리스도께서는 몸소 이 비참을 짊어지시고 ‘형제들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마태 25,40.45)과 같아지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비참에 짓눌리는 사람들은 교회의 우선적 사랑을 받는 대상이 됩니다. 교회는 그 초기부터 많은 지체들의 과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그들을 구제하고, 보호하고, 해방시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2448항)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교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물질적 궁핍과 부당한 억압과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또한 끊임없이 그들을 구제하고, 보호하고, 해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지난 이천 년 동안 우리의 선배 신앙인들이 한결같이 그렇게 해왔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의 비참함을 몸소 짊어지신 예수님께서 우리가 그렇게 살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