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시기는 잘못으로 때 묻고 무지로 더러워진 우리 마음을 회개로 쓸어 내고 닦아 내고 청소하는 시기입니다. 그리하여 성령을 위한 마음의 집을 깨끗이 준비시키는 시기입니다. 우리가 집에 손님이 찾아온다고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청소입니다. 찾아오는 손님이 귀한 분이면 귀한 분일수록 청소의 강도도 세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기다리는 손님이 누구이십니까?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그분께서 오실 곳이 우리들의 마음이라면, 우리들의 마음속 청소를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이 대림시기에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오시는 예수님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 내면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일입니다. 이 작업이 대림시기동안 잘 실천된 분들에게는 그만큼 아기 예수님 탄생의 기쁨도 크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성탄이 그저 매번 치르는 연중행사 가운데 하나로 끝나버릴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사막에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거친 곳은 평지가 되고 험한 곳은 평야가 되어라. 이에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리니, 모든 사람이 다 함께 그것을 보리라. 주님께서 친히 이렇게 말씀하셨다.”(이사 40,3-5)

이사야 예언자의 권고대로 이 대림시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거칠고 메마른 광야 같은 우리 마음속에 주님의 길을 닦는 것입니다. 사막과 같은 우리 내면에 길을 곧게 내는 것입니다. 내 마음속에 미움의 골짜기가 있다면 그것을 사랑으로 메우고 교만과 허영심의 산과 언덕이 있다면 겸손함으로 그것을 낮추는 것입니다.

우리의 내면에 상처들로 거친 곳이 있다면 위로로 평지가 되게 하고 시기와 질투의 험한 곳이 있다면 이해와 받아들이는 노력으로 평야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한 순간에, 단 하루 만에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 4주간의 대림 시기 동안에 완성될 일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우리 마음속에 오실 아기 예수님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법정 스님은 살아계실 때 ‘이 시대는 자기 성찰이 없는 시대’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시대나 지금이나 자기 성찰이 없는 시대인건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하루를, 나의 지나온 삶을, 내가 오늘 했던 말과 행동들을, 나의 내면을 늘 돌아보고 성찰하는 사람만이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성무일도의 끝기도와 매일 미사의 시작 예식 안에 양심 성찰의 시간을 넣었습니다. 날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것이 참된 신앙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가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비폭력 운동을 통해 인도를 독립으로 이끌었던 마하트마 간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세상은 단순한 신앙고백이 아니라 참된 종교의 실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괴로운 것은 도덕적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바른 실천이 없기 때문입니다. 변화는 자기 정화와 자기 성찰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간디와 비교종교』 163) 개인의 종교성은 신앙고백이나 교리의 수용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을 일상적 삶에 적용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같은 책, 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