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부 네 사람을 당신 제자로 부르십니다. 이때 예수님은 서른 살 밖에 되지 않은 청년이었습니다. 시몬과 안드레아는 이미 갈릴래아 호수에서 오랫동안 고기잡이를 해오던 어부들이었습니다. 그들이 한창 그물을 던지고 있을 때 왠 젊은 청년이 와서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그들이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그 청년 예수를 따라갈 수 있었을까요?

그들이 청년 예수님을 보고 뭔가를 느끼지 않았다면 결코 그러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한창 고기 잡느라 바빠 죽겠는데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니 새파란 젊은 놈이 대낮부터 헛소리를 해대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을 보자마자 그분의 말씀 안에서 거부할 수 없는 뭔가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섭니다.

만약 여기서 그들이 예수님으로부터 뭔가를 느꼈다 할지라도 따라나서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뭔가를 느꼈지만 내 생업과 가정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그냥 거기 있었더라면 그들은 예수님의 제자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마 평생 갈릴래아 호수에서 물고기만 잡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나섰기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들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분명한 사실 하나는 예수님을 따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버림’이라는 것입니다. 버리지 않고서는 그분을 따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시몬과 안드레아는 그물을 버렸고 야고보와 요한은 아버지마저 버렸습니다. 그물은 그들이 먹고 사는 데 필수적인 생업이고 부모님은 그들을 낳아주신 분들인데도 예수님을 따라나서기 위해서 버렸다는 것입니다. 버리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결코 사람 낚는 어부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나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 말씀하신다면 우리는 곧바로 “예, 따르겠습니다.” 라고 응답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거의 대부분 겉으로는 예수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것들에 더 마음을 두고 살아갑니다. 예수님은 주일 미사에 왔을 때만 따르면 되고 나머지 시간동안 우리는 예수님을 따르지 않고 다른 것들을 따르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람을 낚는 어부들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전적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산다면 우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예수님께로 오게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꾼이 적은 것은 정말 그 숫자가 적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일꾼들이 일꾼답게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은 이미 예수님의 제자로, 그분의 일꾼으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나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하며 살고 있는지 돌아봅시다. 나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곧바로 모든 것을 버리고 기꺼이 예수님 뒤를 따르고 있는지 아니면 여전히 세상 것들과 예전의 나의 모습들을 버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봅시다. 그리고 지금도 나를 부르고 계시는 예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입시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마르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