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안식일에 카파르나움의 회당에 들어가셔서 사람들을 가르치셨는데,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몹시 놀라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율법 학자들의 가르침과 예수님의 가르침은 뭔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마침 그 회당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예수님을 보자 고함을 지르면서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이 더러운 영은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보내신 거룩한 분이시므로 자신을 쫓아낼 힘을 가지고 계신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 안에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단호하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명령하십니다. 그러자 더러운 영이 그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켜 놓고 큰 소리를 지르며 그 사람에게서 나갔습니다.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거기 있던 사람들은 모두 지금까지 어떤 사람이 말 한 마디로 더러운 영을 쫓아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소문은 곧바로 갈릴래아 주변 모든 지방에 두루 퍼져 나가게 되었습니다.

 

예수님 시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이런 더러운 영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으며, 우리도 모르게 어떤 사람들 안에 들어가서 교묘히 그 사람을 움직입니다. 우리가 늘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깨어 있지 않으면 우리도 모르게 우리 안에 악한 영이 들어와서 우리를 움직입니다. 그러면 나를 통해서 다른 누군가가 상처를 받고, 나를 통해서 내가 속해 있는 신앙 공동체가 점점 미움과 불신으로 분열됩니다.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악한 영이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사실을 모를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악한 영들은 우리가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처럼 방해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들으려 하고, 하느님 뜻대로 열심히 살려고 하면 할수록 악한 영들도 교묘하게 우리를 방해해서, 그러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끊임없는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도 바오로도 자신이 선을 행하려 할 때 바로 그 옆에 항상 악이 도사리고 있으며, 그래서 내 안에서 선과 악이 끊임없이 투쟁한다고 말했습니다.

 

나약하고 부족한 우리들이 악의 세력에 이길 수 있는 힘은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예수님께 의지해서, 그분의 말씀과 존재로 악의 세력을 물리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내 안에서 선과 악이 투쟁할 때마다 우리는 예수님께 힘과 도우심을 청해야 합니다. ‘예수님, 또 제 안에서 악이 저를 유혹하고 제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어서 오시어 저를 도와주시고, 제 안에 있는 악을 물리쳐 주소서.’ 라고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성전에 들어올 때마다 성수를 손가락으로 찍어 성호를 그으면서 이렇게 기도하는 것입니다. ‘주님, 이 성수로 저의 죄를 씻어 주시고, 제 안에 마귀를 몰아내시며, 악의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라고 말입니다. 아빌라의 성녀 대 데레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귀들은 그 어떤 것보다도 성수에 쫓겨 달아나며,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성전에 들어올 때마다 이것을 기억하여 성수를 찍으며 마음을 다해 기도하고 감실 안에 계신 예수님께 우리 존재를 맡겨 드릴 때, 악한 영들은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