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기 교부 에쿠메니오는 오늘 제2독서의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우리의 자유의지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하느님의 은총이 다스리는 더 넓은 계획의 일부임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이승의 일을 잘 진척시킬 수 있지만 그 능력을 우리의 노력으로 얻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오직 하느님의 축복 덕분에 우리가 그 일들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인정해야 합니다.”
교부 에쿠메니오는 우리의 자유의지와 하느님의 은총, 우리의 노력과 하느님의 축복을 분명하게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의지와 자신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고 이루어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있기에 우리의 자유의지와 노력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대 바실리오 성인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주님께서 예기치 않은 때 오실 줄 알고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준비 태세를 갖추고 깨어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린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종말을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 마지막 날에 예수님께서 다시 오셔서 우리 모두를 심판하시리라는 것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늘 깨어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당장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지만 사실 우리가 언제 죽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올 때에는 순서가 있었지만 갈 때에는 정해진 순서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교부 에쿠메니오의 해설처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하느님의 은총이 다스리는 더 넓은 계획의 일부임을 받아들여야 하며 오직 하느님의 축복 덕분에 우리가 그 모든 일들을 할 수 있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설날을 맞이하여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우리의 조상님과 부모님과 형제, 친척, 친구, 은인들을 모두 하느님의 품에 맡겨드리면서 남아 있는 우리들은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과 복을 믿으며 기쁘게 살아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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