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 주일마다 미사를 참례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집으로 가지만 우리의 존재와 삶이 잘 변하지 않는 이유는 미사 중에 들었던 말씀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야고보 사도의 말처럼 하느님의 말씀에는 우리의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지만(야고 1,21 참조) 그 힘은 우리가 그 말씀대로 살기 위해 노력할 때 생겨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는 것에 대해 비판을 하고 계십니다. 이 조상들의 전통이라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사실 하느님의 계명들이 아니라 거기서부터 세부적으로 따라 나온 인간적인 관습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새 본질적인 하느님의 계명은 사라지고 그 관습들을 충실히 지키는 것이 마치 하느님의 뜻에 충실한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는 것은 위생적으로도 좋은 일이고 하느님께서 주신 음식에 감사드리기 위해 먼저 내 몸과 마음을 씻는다는 의미로도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 손 씻는 것을 지키지 않으면 죄가 되어 버리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왜 손을 씻어야 되는지 그 의미와 이유도 제대로 모르는 채 그저 안 씻으면 죄가 되니까 씻게 되는 일들이 너무도 빈번했기에 예수님이 그런 잘못된 전통을 꾸짖으신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이런 일들은 곳곳에서 너무나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속해 있는 신앙 공동체나 학교, 직장, 사회 공동체의 모습을 한 번 보십시오.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관습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물론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 우리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것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참으로 공동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유도 모른 채 그저 지켜야만 하고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는 우리가 분명히 돌아보고 식별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라는 알맹이가 없는 인간적인 관습의 껍질을 깨부수기 위해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모든 신앙인들의 공동체에서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그 안에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이고 그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뭔가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없는 신앙인 공동체는 세상의 계모임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성당에 나와 어떤 공동체에 들어가서 뭔가를 하고 있고 지키고 있다면 왜 그렇게 하는지 무엇 때문에 하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이 나에게 정말 하느님을 만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지 아니면 그 공동체에 속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지 돌아보십시오. 진정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가 지금 예수님께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인간적인 친교나 관습들에만 머물러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내가 공동체 안에서 참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있는지 돌아보십시오.

또 신앙인인 나는 진정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십시오. 하느님 없이 하는 모든 일들은 우리에게 아무런 유익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하느님 없이 살아가는 인생은 세상의 기쁨과 쾌락은 알겠지만 참사랑의 기쁨과 내적인 평화는 알지 못할 것입니다. 많은 신앙인들이 하느님 없이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삶의 모든 순간순간에 늘 먼저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을 부르며 하느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하느님 아버지, 지금 이 순간을 저와 함께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제가 느낄 수 있게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