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를 한 마디로 정의해보면 ‘탐욕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끝도 없는 탐욕이 우리 사회와 개개인들 안에 퍼져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콜로새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이미 우리에게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탐욕을 죽이십시오. 탐욕은 우상 숭배입니다.”(콜로 3,5)

알렉산드리아의 성 치릴로는 탐욕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탐욕은 악한 영들의 올가미입니다. 그것으로 사람의 영혼을 옭아매어 지옥의 그물로 끌어내립니다. 그런 까닭에 주님께서는 삼가 조심하여 크고 작은 모든 ‘탐욕을 경계하고’ 상대가 누구든지 속임수로 그의 재산을 훔치지 말라고 분명하게 이르십니다. 탐욕은 하느님과 인류가 다 싫어하는 것입니다.”(「루카 복음 주해」 89)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부자는 탐욕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대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많은 재산을 벌어들였는데 그것을 모으고 쌓기 위해 더 큰 곳간을 짓습니다. 그리고 그 재산으로 쉬면서 먹고 마시고 즐기려고 합니다. 이런 부자에게 하느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일침을 가하십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루카 12,20)

아까 인용했던 알렉산드리아의 성 치릴로는 이 어리석은 부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해석했습니다. “그는 미래를 내다보지 않습니다. 눈을 들어 하느님을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마음을 위해 하늘의 보물을 얻는 것은 조금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그 마음이 보상으로 가져다줄 것에 대한 관심도 없습니다. 괴로워하는 이들을 동정하지도 않고 그들의 아픔이 그의 연민을 자극하는 일도 없습니다. 게다가 그는 땅에서 소출을 거두듯이 자기 목숨의 길이를 자기가 정할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루카 복음 주해」 89)

지금으로부터 1,600년 전에 살았던 성인이지만 이 말씀은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치릴로 성인보다 한 세기를 앞서 사셨던 암브로시오 성인도 오늘 복음의 비유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재물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쓸데없이 재물을 쌓아 둡니다. 그는 곳간이 가득 차자 누구를 위하여 그것들을 모아 두는지도 모르고 새로 수확한 곡식을 쌓아 둘 곳간을 증축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세상에 속한 것은 세상에 남고 사는 동안 모은 재물은 유산으로 상속됩니다. 우리가 가지고 갈 수 없는 것들은 본래 우리 것이 아닙니다. 덕행만이 죽은 자의 동반자입니다. 자비만이 우리를 따라옵니다. 그것은 우리를 하늘 나라와 첫 번째 거처로 인도합니다.”「루카 복음 해설」 7,122)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과 조상님들을 기억하며 가족 친지들과 한자리에 모이는 이 한가위 명절에 우리는 모두 이 사회에 군림하고 있는 탐욕을 따라가지 않고 예수님의 말씀대로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다짐하고 또 노력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