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 나오는 가난한 과부는 주님 앞에 빈손으로 나아갈 수 없어서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인 렢톤 두 닢을 가지고 성전에 와서 그것을 주님께 바쳤습니다. 암브로시오 성인은 우리도 주님 앞에 빈손으로 나아가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특히 자비의 빈손, 믿음의 빈손, 정결의 빈손으로 나아가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다시 말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은 채로, 하느님께 대한 간절한 믿음 없이, 자신을 정결하게 하려는 노력 없이 주님의 성전으로 나아가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께 자신을 봉헌한 사람들입니다. 사제와 수도자 뿐만 아니라 모든 신자가 세례성사를 받고 성체성사에 참여함으로써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께 희생 제사를 봉헌합니다. 우리가 드리는 미사는 언제나 우리가 하느님께 드리는 봉헌입니다. 그러므로 이 미사에 참례하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복음의 과부가 보여준 그 봉헌의 마음입니다. 하느님께 빈손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동전 두 닢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각자 묵상하고 찾아야 할 부분입니다. 오늘 복음의 과부에게 동전 두 닢은 자신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과부는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했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어야 합니다. 3세기 교부 오리게네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이 미숙한 상태로 남아 있고 아직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지 못하는 한 그는 자신 안에 있는 밭에서 만들어진 포도주를 마십니다. 이 역시 밭에 숨겨진 보물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바치고 봉헌함으로써 나지르인이 된 후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다음에는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젖과 샘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면 그는 더 이상 포도주나 발효된 술을 마시지 않고 바로 그 밭 속에 숨겨진 지혜와 지식의 보물을 하느님의 말씀께 청할 것입니다.”(『아가 주해』 1권)
오리게네스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자신 안에 있는 밭에서 만들어진 포도주를 마실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안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찾고 누리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바치고 봉헌한 사람은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샘에 이르게 됩니다.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찾고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교부들과 성인성녀들은 하느님의 말씀만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더 이상 다른 곳에서 기쁨을 찾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쁨과 즐거움을 어디서 찾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봉헌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존재와 삶을 하느님께 바치는 일은 우리가 지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하고 거룩한 일이지만 그만큼 희생과 고통이 따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신자들이 그것을 피하려고 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오늘을 ‘평신도 주일’로 정했습니다. 신자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닫고 각자의 사명에 충실하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사제든 수도자든 평신도든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해야 하는 길로 부르심을 받아 걷고 있습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 봉헌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과부의 렢톤 두 닢을 기쁘게 받아주셨듯이 우리도 우리가 봉헌할 수 있는 것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한다면 주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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