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들은 구약성경을 예형론적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들이 구약성경을 그렇게 해석한 근거를 12세기의 신학자였던 생 빅토르의 후고가 다음과 같이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성경 전체는 단 하나의 책이며 그 하나의 책은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 왜냐하면 성경 전체는 그리스도에 대하여 말하고 있으며 성경 전체가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노아의 방주』 2,8)
예로니모 성인은 오늘 복음 말씀을 이렇게 해설했습니다. “복음서를 읽을 때 율법이나 예언서를 인용한 구절들을 발견하지만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한 분 그리스도이십니다. 나는 모세의 책도 읽었고 예언서들도 읽었습니다. 그러나 그 책들이 그리스도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스도의 광채에 다다르기만 하면 빛나는 태양의 찬란한 빛이 완전해져 등불이 만들어 낸 빛을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온종일 등불을 켜 둔다고 그 등불이 빛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까? 햇볕 아래서는 등불이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그대가 그리스도를 모시기만 하면 똑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그분 앞에서는 율법과 예언서가 완전히 사라져 버립니다. 나는 율법과 예언서에서 어느 것 하나 없애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는 율법과 예언서를 매우 존중합니다. 그 책들이 그리스도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율법과 예언서 안에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에게 다다르기 위하여 율법과 예언서를 읽을 따름입니다.”(『마르코 복음 강해』 6)
여기서 예로니모 성인이 율법과 예언서를 계속 언급하는 이유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모세가 율법을 대표하고 엘리야가 예언서를 대표하기 때문입니다. 예로니모 성인의 해석은 예형론과 생 빅토르의 후고가 말한 그리스도 중심주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난 것은 예수님께서 율법과 예언서의 완성이시고 예수님의 빛나는 모습은 등불과도 같은 율법과 예언서의 빛을 사라지게 하는 태양빛과도 같다는 것입니다. 율법과 예언서 전체는 구약성경을 의미하는데 이 구약성경이 예수님을 예고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에게 다다르기 위하여 구약성경을 읽는다는 예로니모 성인의 말씀은 우리 교회가 한결같이 실천해 온 예형론적 성경 읽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약성경은 구약성경 안에 감추어져 있고 구약성경은 신약성경 안에서 드러납니다.”(『칠경에 관한 질문』 2,73) 이처럼 구약성경은 신약성경을 준비하며 신약성경은 구약성경을 완성합니다. 교회는 언제나 성경을 예수님의 몸처럼 공경해 왔습니다. 성경과 성체는 우리 신앙인들의 삶 전체를 양육하고 하느님께로 인도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