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설날을 맞이하여 주님의 이름으로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 넘치시길 기원합니다.

설날은 음력으로 새해의 첫날입니다. 설날을 한자로 신일이라고 하는데 신일은 근신하여 경거망동을 삼가는 날로서, 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라는 뜻입니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작이 좋아야 끝도 좋은 법입니다.

우리에게 열린 새로운 한 해는 지난해의 부족함과 죄스러움을 기워 갚을 수 있는 속죄의 시간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계획과 꿈을 시험해 볼 수 있는 희망과 창조의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미국의 첫 흑인으로서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역사적인 대통령 취임을 지켜보기 위해서 200만 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추운 날씨 속에서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첫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경제난국속에서 그가 외친 변화와 희망으로 오바마호는 출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취임을 앞두고 어린 두 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대통령에 출마했던 것은 너희들과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소통은 나와 다른 사람들과 기꺼이 얼굴을 맞대는 데서 시작됩니다. 이런 가치관은 내각인선 때도 드러났지만 무엇보다도 당대 최고의 보수논객인 조지 윌의 집을 찾아가 당신에게 비판적인 논객 4명과 만찬을 한데서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면하지 않는 것도 지도자의 용기입니다.

취임식에 특별히 초대받은 인사들 가운데 지난 주 엔진이 꺼진 비행기를 허드슨 강에 기적적으로 착륙시킨 슐렌 버거 기장의 모습이 눈에 뜨였습니다. 지금 미국호는 극심한 난기류 속에 위태한 비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기장으로서 오바마 대통령의 역할 또한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달래면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주는 일일 것입니다.

허드슨 강의 기적을 만든 기장은 짧은 시간에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고 합니다. 기수(머리)를 바다에 먼저 안착할 것인가, 머리를 들고 후미를 안착할 것인가.. 만약 기수를 먼저 안착했다면 155명 모두 익사했을 것입니다. 다행히 기수를 들고 후미를 슬라이딩하면서 안착해서 155명 모두 무사히 살아났습니다. 그래서 그는 기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미국이 이런 시대입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머리를 땅에 박고, 실망과 좌절하면 다함께 죽고 맙니다. 그러나 기죽지 말고, 머리를 들고 천천히 안착하면 미국은 새로운 기적의 장을 분명히 만들어 낼 것입니다.

허드슨 강의 기적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과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 난국타개에 전심전력하며 서서히 안착하면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 새해 아침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새해 덕담은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는 말씀입니다. 항상 준비하고 기다리는 사람은 어떤 시련이나 환란이 오더라도 두려움과 불안에 떨지 않고 침착하게 하느님께 순명하며 살아갑니다. 사탄의 유혹 중에서 가장 달콤하고 무서운 것이 있다면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게 하여 우리 마음을 좀 먹게 하는 것입니다.

설날 아침 오늘 우리가 들은 이 말씀을 기억하며 매일을 정월 초하루같이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합시다. 매일 오늘 하루를 영원처럼 살기 위해서는 늘 깨어 기도하고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과 주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충성스런 종의 자세로 살아갑시다. 특히 올해 서로 많이 사랑하고 용서하며 이 땅에서부터 천국의 삶을 살아갑시다.

그리고 2009년 새해 기축년은 소띠의 해입니다. 농경사회였던 우리 민족에게 소는 인간과 친근한 동물입니다. 우직함의 표시인 ‘황소고집’이라는 말도 있고, 꿈속의 암소는 ‘복덩어리’라는 말도 있지요. 풍요와 힘을 상징하는 소, 우직하고 끈기있게 우리 삶의 밭을 올해 잘 가꾸어나갑시다. 소처럼 우뚝 서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새해 하시는 모든 일들이 잘 이루어지시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