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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나니 쫌 기네요... 바쁘신분께는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 은혜가 너무 커서 이렇게도 다 전하지를 못하네요...)
주보에 한두어달 전부터 계속 성령대회 안내공지가 실려왔지만, 막연히 언젠가 한번은 가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신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직 2살, 4살짜리 아이들이 있고, 주일이면 성당일로 남편과 나는 분업체제로 바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친한 친구가 성령대회에 오시는 황창연 베네딕도 신부님이 너무나 명강사라며 자기들도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그 소리를 들으니 나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게되었다. 사실, 한국에 다녀온 이후로 나는 깊은 우울의 늪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미국생활 13년째… 처음 2-3년은 혼자서 학교다니고, 미국생활 적응하고, 세개나 되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갔고, 그 후 5년은 천사같은 남편을 만나 결혼해서 달콤한 둘만의 결혼생활로 채워졌다. 늦게 생긴 아들 덕(^^)이다. 아이를 낳을 무렵에 한국에서 동생이 유학을 와서 한집에서 살게 됐고, 그후 부터 지난 2월까지 단 한번도 나는 외로울 틈이 없었다. 남편, 동생, 아들, 딸, 그리고 손주들 봐주시러 정말 많이 자주 오래 한국에서 오셔서 나를 도와주신 엄마가 계셨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 다녀온 올 5월부터는 모든 것이 내 몫이었다. 사실 원래부터 내 몫이었는데, 나는 너무 고맙게도 내 몫의 일, 걱정을 동생과 엄마와 나눠왔던 것이다.
아이 키우면서 일하면서, 사무장일을 병행하는 것에 우리 부부는 잘 할수 있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남편이 아이 둘, 특히 둘째인 딸아이를 돌보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껴서 성당에 직접가서 해야하는 일들은 남편이 맡아서 해주고, 교구와 연락을 해야한다거나, 기타 저녁에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업무는 내가 하기로 하면서, 남편은 더욱 바빠졌다.
남편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직장에 출근한다. 그중 화요일, 금요일 저녁은 집에서 저녁만 먹고 바로 다시 성당으로 가서 사무장일도 보고 주보도 만들다 보면 저녁 10시에서 11시 어떤때에는 12시가 되서야 집에 들어온다. 토요일에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야채가게에 사무실 일을 봐주러 아침일찍 가서 저녁 5시가 넘어야 들어온다. 일요일에는 성당에서 미사후 교무금, 헌금등을 걷어서 정리한 뒤에 3시가 되어야 집에 들어온다. 이렇게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하는 남편…
나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네일가게에 다닌다. 아침 6시반에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고, 아이들 도시락과 간식등을 챙긴뒤, 아이들을 깨워 씻겨서 데이케어에 8시경에 데려다주고, 50분 정도 걸리는 가게로 출근을 한다. 오후 5시에 가게에서 나와 아이들을 픽업하러 열심히 촌각을 다퉈 아이들이 있는 데이케어에 도착하면 6시경… 아이들을 픽업하고 집에와서 차례대로 손,발을 씻기고, 하루종일 데이케에서 지친 아이들이 잠들새라 저녁을 먹이고 있으면 7시쯤 남편이 집에 온다. 남편 저녁을 그야말로 아무 준비한 것 없이 밑반찬으로 대강 차려주고나면 나는 기운이 쭉 빠지고 입맛도 없어져서 저녁을 안먹은지 몇주가 된다. 그러다 보니 살이 빠져서 좋기는 하다..ㅋㅋ
그런 상황이 한두어달이 지속되니 나도 남편도 지쳐갔다. 남편은 원래 내색하지 않고 말도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무던한 편이지만, 나는 지치면 지치는 대로, 짜증나면 짜증나는 대로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다 퍼붓고 있었다. 그렇다고 시원해지거나,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런 생활과 여러가지 일들로 스스로 나는 성당에서 멀어지고 하느님과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어는 자매님께서 이번 성령대회 신청을 하셨는데, 사정상 취소하셔야 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참가비 환불때문에 남편에게 이야기 했더니, 남편이 나보고 대신 가라고 했다. 아이들은 어떻하느냐고, 주일에 교무금 걷을때 우리 아이들은 어떻하느냐고 했더니, 우리 본당에서 30명이 넘는 분이 참석하시니 걷을 교무금도 별로 없을것 같다며, 자기가 아이들을 볼테니 다녀오라는 것이다. 그 말만으로도 너무나 고마웠지만, 지금처럼 남편에게 고마워하게 될 줄을 꿈에도 몰랐다.
나는 그저, 이틀동안 아이들과 떨어져서 있을수 있다는 것에 기뻤다. 그렇게 성령대회에 참석했다. 대회장으로 운전해 가는 동안에도 나는 신앙과는 아무 관련 없는 해방의 기쁨만 가지고 있었다.
대회장에 도착해서 보니 무척 많은 분들이 왔고, 찬양하시는 분들이 드럼과 기타등을 치며 찬양을 하고 있었다. 활기가 느껴졌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활기… 나도 모르게 두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모든 분들이 도착한 뒤, 우리 본당신부님을 비롯한 뉴욕, 뉴저지 일원 한인 사제들을 모시고 개회미사를 했다. 나는 한번도 이렇게 큰 미사를 본 적이 없었다. 그 규모때문인지, 나는 모처럼 신성하게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고 다시금 ‘미사’라는 전례에 경건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미사후, 시작된 ‘외로움’에 관한 황창연 신부님의 강의는 한 가정에서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해주었다. 너무나 성실하고 따뜻한 남편에게 나는 얼마나 게으르고 불평만 늘어놓았던가… 너무나 착하고 순한 아이들에게 나는 얼마나 무섭고 짜증스런 엄마였던가… 중간 중간의 찬양때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찬양했고, 소리없는 눈물도 흘렀었다. 무엇보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것은 황신부님과 같이 이번 성령대회에 강의하러 오신 한연흠 다니엘 신부님이었다. 그분은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제목의 강의를 하셨는데, 황창연 신부님이 우리 삶속 갈증을 풀어주셨다면, 한연흠 신부님은 우리 영의 갈증을 풀어주시는 분이었다. 너무나 재미있고, 감동스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성령대회 첫날인데도, 나는 남편에게 2-3번 전화를 걸어 너무 너무 고맙다고 연거푸 감사를 전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남편에 형식적인 ‘Thank you’ 외에 마음으로부터 감사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저녁식사후 있었던 성령기도때 여기 저기서 통곡이 터져나왔다. 세례10년째이지만 이런 광경이 처음인 나는 조금 무서웠는지 성령을 받았다는 생각까지 들지는 않았었지만, 나도 저사람들처럼 성령을 받고 싶다는 주님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만은 간절했다.
그렇게 저녁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첫날 일정이 끝났고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오라는 봉사자의 말에 나는 조금 난감했다. 사실 나는 아침에 올때만 해도 무작정 아이들에게서 해방됨만을 생각한 나머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그날 밤에 포트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었기에, 다음날 8시까지 온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남편은 친구를 만나고 거기서 자고 오라고 했다. 늦은시간에 만나는 친구와 채 한시간도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판이었는데, 자고 오라는 남편의 말에 다시 한번 더 고마움을 느꼈다. 그렇게 친구와 만나 새벽 1시가 되도록 그날 들은 강의에 내가 얼마나 많은걸 느꼈는지 이야기하고, 편한게 밤을 지낸뒤, 아침에 다시 행사장으로 왔다. 첫날 행사장으로 가는 마음과 둘째날 행사장으로 가는 내마음은 벌써 달라져있었다.
둘째날 도착하니, 친한 친구가 와있었다. 그들과 같이 나란히 앉아 찬양을 하고, 한연흠 신부님의 강의때 나는 너무나 큰 성령을 받았다. 방언이 터지거나 하는 겉으로 나타나는 성령은 아니었지만, 신부님께서 우산을 펼쳐보이시며 비가 올까, 햇볕에 그을릴까 염려하시며 주님께서는 그렇게 내 옆에서 묵묵히 한결같이 우산을 받혀주고 있다는… 내가 어떤 짓을 해도 용서해주시고 사랑으로 지켜주신다는 신부님의 말씀에 나는 통곡을 하고야 말았다. 나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그동안 나 혼자였다는, 그래서 실수 없이 잘해야 한다는 중압과 외로움에서… 나는 그렇지 않았었다는… 그렇게 힘들어할 필요 없다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과, 해방감, 그리고 끝없는 믿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의 모든 설움과 아픔을 다 쏟아내고야 말았다. 옆에서 같이 울며 등을 두드려주는 친구에게서 또한 고마움을 느끼며… 나는 인연을 끊고 지냈던 아버지를 위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단 한번도 아버지를 위해 기도해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그렇게 내 인생에서 아픔이고, 미움이었고, 상처였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마감미사를 드리고 나는 분명 달라져있었다. 남편이 만들어준 성가CD와 많은 유명한 신부님의 강의 CD를 차에 가지고 다니면서도 나는 지난 몇년간 한번도 듣지 않았다. 매일 저녁 같이 묵주기로를 하자던 남편에게 혼자하라며, 난 틀에 박힌 묵주기도 같은 것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고 분심만 들고 지루할 뿐이라며 물리쳤던 나였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나는 차 밖으로 다 들릴정도 크게 성가CD를 듣고 있었다. 친구와 자매님들이 사주시는 저녁을 먹는 내내 나는 내가 얼마나 기쁜지 떠들고 있었고,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생각하고 있었다.
저녁에 집에서 남편을 만나 꼬옥 안아주었다. 매일 대면 대면 결혼 10년차가 그렇듯 그렇게 지냈던 내가 남편이 그렇게 고맙고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결혼과 함께 세례를 받았던 내게 주님을 알게 해준것도 남편이요, 오늘까지 지켜준것도 남편이요, 이렇게 성령의 은혜를 받게 해준 것도 남편이 아니던가… 그렇게 생각하니, 남편은 정말 힘든 미국생활에 지쳐갈때쯤 내게 보내주신 천사와도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잠든 아이들도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불임판정속에서 기도와 기도끝에 낳은 우리 아들 하준이… 늦게 말문이 터져 나를 애타게 했던 녀석… 지금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제 또래와 맞춰가는 녀석이 얼마 대견해 보이는지 모른다.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온 우리 딸 하은이… 형제없이 외롭게 미국에서 살아가야할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애처러움을 surprise로 날려준 딸… 애교 많고 질투도 많은 딸 하은이는 너무도 사랑스럽다.
이번 성령대회를 통해 늘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했던 내가, 늘 속으로 남을, 심지어는 사제까지 재단하고, 판단했던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작은지 알게됐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슬프게 하거나 아프게 하기는 커녕, 나를 기쁘게 한다.
이번 주말은 내가 절대 잊지 못할 시간들이었다. 이런 기쁨이 생활속에서 흐려질까 두려운 마음에 다시 곱씹고 잊을때쯤, 또 자만해지고, 짜증스러워지고, 감사함을 잊을 때쯤… 다시 꺼내 확인시키고자 이렇게 글로 남긴다.
또, 이런 저런 사정상 이번 성령대회에 오시지 못하신 교우분들께 내년에는 꼭 참석하시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렇게 글로 남긴다.
주님, 나의 주님, 사랑과 감사와 찬미 받으소서. 알렐루야~! 아멘. |
re: 2010 성령대회를 다녀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