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악마를 보여 주겠소
작성자:
김형기 스테파노         10/5/2020
내용:

악마를 보여 주겠소

 

가톨릭 교리서 제391항은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우리의 첫 조상들이 불순명을 선택하게 된 배후에는, 하느님을 거스르는 유혹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 목소리는 질투심 때문에 그들을 죽음에 빠지게 하였다. 성경과 교회의 성전(聖傳)은 그 목소리에서 사탄 또는 악마라 불리는 타락한 천사를 본다. 교회는 그가 본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선한 천사였다고 가르친다. 악마와 모든 마귀는 하느님께서 본래 선하게 창조하셨지만, 그들 스스로 악하게 되었다." 이글에서 ‘그 목소리는 질투심 때문에 그들을 죽음에 빠지게 하였다.’이라는 구절을 보면 질투심이 죄는 아닐지 몰라도 질투심 때문에 죄를 짓게 된다고 경계하고 있다.

 

‘천사’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란 뜻이다. 그런데 하느님의 심부름을 하던 천사 중 일부가 “나도 하느님처럼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된다. 일부 천사에게 일종의 자아가 생겨난 듯하다. 사람이 선악과를 먹고서 ‘하느님 나라’로부터 멀어졌듯이, 이들 천사 무리도 ‘하느님 나라’로부터 멀어졌다. 어찌 보면 천사든 사람이든 마찬가지이다. 욕망을 먹고서 자아가 자라면, ‘신의 속성’으로부터 멀어지고 만다. 이렇게 변심한 천사의 무리가 악마가 되었다.

 

오래전에 시에나의 베르나르디노 성인의 약전(略傳)을 번역하다가 다음 구절을 보았다.

 “성인께서 페루자에 머무르던 어느 날 성인은 청중들에게 조만간 악마를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 깜짝 놀라서 거의 모두가 그의 설교를 들으러 모여들었다. 며칠 후 미사 중에 베르나르디노는 갑자기 선포했다. ‘오늘 나는 약속을 지키겠소. 그리고 여러분에게 하나가 아닌 수많은 악마를 보여주겠소!’ 그리고는 놀란 군중들에게 외쳤다. ‘서로 쳐다보시오. 그러면 바로 악마를 보게 될 것이오! 마귀가 시키는 일을 하니까 당신들이 진짜 악마가 아니겠소?’ 그런데 그분이 너무나 진지하고 엄숙했기에 아무도 감히 웃지 않았다. 그 대신에 그들은 예수와 마리아를 향한 그의 불타는 사랑의 마술에 사로잡혀 회개하고 죄를 멀리하게 되었다.”

 

내 형제자매의 얼굴은 악마의 모습일까? 내 이웃은? 성당에서 주일마다 만나는 교우들은 어떨까? 어느 일간지의 인생 상담 코너에 게재된 글을 줄여서 줄거리만 소개한다.

 

“동생은 어릴 적부터 항상 언니인 저와 자신을 비교하며 언니에게는 매사를 이기지 않으면 못 견디는 것 같습니다. 한솥밥 먹으며 같이 살 때보다, 각자 가정을 꾸린 뒤로 그 경쟁심은 더 심해졌습니다. 남편의 직장을 비교하고, 사는 집을 비교하고, 시집의 재산을 비교하고, 아이들의 입시와 취업을 비교했습니다. 이제는 나도 동생도 그예 환갑을 넘고 말았네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몇 년 전부터 동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를 저는 짐작하고 있답니다. 이제는 아무리 비교해 봐도 언니 인생보다 못할 게 없기 때문이지요. 학교 성적이 신통치 않아 속 썩이던 조카들도 이제는 다들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결혼도 적령기에 했고요. 반면 가방끈만 지나치게 긴 제 아들딸은 마흔 몇 살까지 미혼이랍니다. 게다가 저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혼자 되고 말았고요.”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가 아닌가? 남들 얘기일 수도 있고, 바로 내 얘기이기도 하다. 남들이 나보다 잘되면 질투심에 사로잡혀서 미워하게 되고, 남들이 나보다 못하면 우월감에 사로잡히는 나의 모습이 다른 이들 보기에 바로 악마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2015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해 다짐 10가지라는 글이 널리 퍼졌다. 이는 교황이 직접 내세운 새해 다짐은 아니지만, 교황의 평소 강론 내용 가운데 새해 다짐으로 삼을 만한 10가지를  필리핀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편집한 내용이다. 그 중 첫 번째가 ‘험담하지 마십시오’이고 여섯 번째가 ‘사람들을 판단하지 마십시오’인 게 나 보라고 뽑은 글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질투심’이란 참 무섭다. 그것 때문에 험담하고, 남을 판단하고, 죄를 짓게 되어 악마의 모습을 띠게 되고, 하느님을 모시던 천사가 악마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2020년 6월 5일)

 

 

다운로드 File:
      

글쓰기

1982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김형기 스테파노
11/26/2020
24
1981
바이칼 호의 무당 김형기 스테파노
11/19/2020
76
1980
내가 꿈꾸는 천국 김형기 스테파노
11/13/2020
84
1979
그들은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번역문) 김형기 스테파노
11/5/2020
78
1978
주님, 제 끝을 알려 주소서 김형기 스테파노
10/31/2020
77
1977
어른이 주면 그냥 받는 거야 김형기 스테파노
10/25/2020
92
1976
성경 통독을 마치며 김형기 스테파노
10/19/2020
99
1975
가지 못한 길 김형기 스테파노
10/14/2020
109
1974
오래된 레시피 김형기 스테파노
10/9/2020
117
1973
악마를 보여 주겠소 김형기 스테파노
10/5/2020
112
1972
하느님, 뭔가를 보여 주셔야지요 김형기 스테파노
9/27/2020
100
1971
현 정부 경제안정법 외 고용안정 융자 등등 을 정리해보았습니다. (Updated 5/1 sung hwan james
5/15/2020
180
  re: 현 정부 경제안정법 외 고용안정 융자 등등 을 정리해보았습니다. (Updated 5/1 송상준 베드로
5/16/2020
.....
1970
묵주의 기도란 선우 그레고리오 
7/22/2019
300
1969
2019년 6월 29일 포장마차 기사 김동민 돈까밀로
7/5/2019
268

First Page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Next 10 Page Last page

2020년
성경 통독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