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성경 통독을 마치며
작성자:
김형기 스테파노         10/19/2020
내용:

성경 통독을 마치며

 

히브리어로 된 구약과 그리스어로 된 신약을 라틴어로 번역하여 지식인들만 읽을 수 있던 성경을 누구나 읽을 수 있게 한 위대한 성서학자 예로니모 성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 성경을 모르는 건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
  • 기도는 하느님에게 말씀드리는 것이고, 성경을 읽는 건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이다.
  • 성경을 잘못 해석하면 주님의 말씀을 인간의 말로 바꾸게 되고, 때로는 악마의 말로 바꾸게 된다.
  • 항상 거룩한 책을 방패 삼아 손에 지녀라. 그리하면 자신이 나쁜 생각에 빠지는 걸 막게 된다.

성인의 말씀을 새기며 교우 몇 분이 1년 동안 성경을 완독하겠다는 야무진 목표를 세우고 성경 읽기를 시작한 게 1년 전이었는데 몇 분은 끝까지 완독했지만, 몇 분은 중간에 포기했다. 나 혼자서 성경 읽기를 시작했더라면 중도 포기했거나 아직 반도 읽지 못했을 텐데, 여러 교우가 참여하여 함께 읽었기에 예정대로 완독할 수 있었다.

기독교(가톨릭과 개신교)의 경전인 성경은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옛날이야기로 시작되어, 인간이 하느님을 거역하면 벌을 받고, 순종하면 복을 받고, 하느님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어떻게 하시는지 등에 대하여 오랜 세월에 걸쳐서 수많은 저자가 쓴 글들을 모은 책이라서 일관성 있게 정리되어 있지 않고, 시대적으로도 장기간에 걸쳐 있어서 같은 사실에 대한 설명이 서로 다르거나 모순이 있고, 보편적 윤리에 어긋나거나, 실제 역사 기록이나 과학적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 나에게는 이번이 여섯 번째 통독이었지만, 성경은 소설집처럼 재미있지도, 먹고사는 데 도움을 주는 책도 아니라서 읽을 때마다 가톨릭 신자로서 마땅히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없다면 읽다가 포기하기 딱 좋은 책이다.

특히 구약을 읽을 때마다  현대적 윤리 기준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많고 무자비한 하느님의 모습에 거부감마저 들어서 구약의 신과 신약의 신은 다르다고 주장하며 아예 구약은 버리고 신약만을 정경으로 채택했다는 초기 기독교 시대 이단 분파(마르키온파)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그릇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성경에서 주님의 말씀에 대해 언급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대하고는 통독하며 보석같이 소중한 말씀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애쓰게 되었다.   

  • 내 아들아, 내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그것이 네 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네 마음 한가운데에 간직하여라. 내 말은 그것을 찾아 얻는 이에게 생명이 되고 그의 온몸에 활력이 되어 준다. (잠언 4, 20-22)
  •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 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 (히브 4, 12)
  • 예수님께서 당신을 믿는 유다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요한 8, 31-32)

구약과 신약을 통틀어서 가장 중요한 구절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예수님께서 첫째 가는 계명으로 직접 꼽으신 다음 구절이 아닐까 싶다.

율법학자 한 사람이 와서 그들이 토론하는 것을 듣고 있다가, 예수께서 대답을 잘 하시는 것을 보고 "모든 계명 중에 어느 것이 첫째 가는 계명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첫째 가는 계명은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우리 하느님은 유일한 주님이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또 둘째 가는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한 것이다. 이 두 계명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마르 12, 28-31)

앞으로 성경을 몇 번이나 더 읽어야 할까? 오래전에 우리 성당에 다니던 어떤 교우는 서른세 번이나 읽었다고 자랑했는데, 그분의 인품을 보면 성경을 읽는 횟수에 비례해서 신앙심이 깊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네 번만 더 읽고 열 번을 채울까 한다.

일 년 만에 성경을 다 읽으려니 매일 읽어야 할 분량이 적지 않아 묵상할 시간이 부족한 게  아쉬웠다. 3년에 한 번씩 읽으면 적당할 것 같은데 그렇게 네 번 더 읽으려면 앞으로 열두 해가 더 걸릴 테니, 내 나이가 여든이 훌쩍 넘어 버릴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진다.

 

(2020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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