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내가 꿈꾸는 천국
작성자:
김형기 스테파노         11/13/2020
내용:

내가 꿈꾸는 천국

서포 김만중이 3백여 년 전에 지었다고 전해지는 구운몽은 한국 고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상상력이나 구성이 요즈음 나온 서양 판타지 소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선계에서 육관대사 밑에서 불도를 수행하던 성진이 동정호의 용왕에게 심부름을 가서 팔선녀와 노닥거리다 돌아와서 세속의 욕망 때문에 고민한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은 그를 팔선녀와 함께 세속으로 내려보낸다. 인간 세상에서 양소유라는 사람으로 태어나 승상까지 오르고 여덟 부인(팔선녀)을 얻어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으나 그게 하룻밤 꿈이었더라는 얘기다. 혹시 구운몽의 주인공 양소유가 누린 삶이 바로 천국일 거로 생각한 분은 없는지 모르겠다.

양소유는 능력이 뛰어나서 장원급제하고, 외적을 물리쳐서 나라의 영웅이 되었으며, 벼슬은 재상까지 올랐다. 그가 얻은 여덟 부인은 용왕의 딸, 황제의 여동생, 고관대작 집안 출신 2명, 미모가 뛰어난 명기 출신 3명, 검술이 뛰어난 여인 등이니 모두 집안 좋고, 미모가 뛰어나고, 능력 있는 여인들이었다. 그러니 양소유야말로 뭇 남성의 로망이자 판타지인 삶을 즐긴 셈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실린 이 소설의 줄거리를 보고 이게 바로 천국의 삶이거니 생각했지만, 장가라는 걸 가고 몇 년 후에 그 생각에서 벗어났다. 양소유가 그랬듯이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마누라 하나를 모시기에도 벅찬데, 내 능력으로는 여덟씩이나 모시기란 감당이 안 될 것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집안 좋고, 미모가 뛰어나고 능력 있는 여자들이 나와 같은 꽁생원을 얼마나 우습게 여길 것인가? 나이 들어서 마누라 눈치를 적지 않게 보는 지금은 양소유는 잘난 처첩을 여덟이나 거느리며 끔찍한 지옥에서 살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구운몽에서 그린 천국은 나의 천국 목록에서 일찌감치 제외되었다. 

가톨릭 교리서에서 설명하는 천국은 다음과 같은 곳이다. 내용이 심오하고 길어서 그중 일부만 소개한다.

“천국은 끝남이 없는 영원이다. 천국의 기쁨은 중단이 없는 계속적인 것이다. 천국의 행복은 천사, 여러 성인 및 지상에서 알고 지낸 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서로 나누어 갖는 것이므로 공통의 것이다. 같은 하느님을 전원이 볼 수 있고, 전원이 즐기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전원이 동일한 한도의 행복상태에 있는 것은 아니다. 지복((至福)의 정도는 사람이 사망할 때 가지고 있던 하느님의 은총의 정도에 의해 좌우되며, 이 은총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에 쌓았던 공적에 따라 크게 조건 짓는 요인이 된다. “

그러니까 천국은 매우 행복한 곳이지만, 각자 누리는 행복의 상태는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에 쌓은 공적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내가 특별한 은총을 입어 특별 전형이라는 특혜를 받아 뒷문으로라도 들어간다면 거기에서 누릴 천국의 생활은 어떨까?

오랜 세월 술을 즐겨 마신 나는 요한복음(2, 1-12)에서 보여준 혼인 잔치 같은 천국을 꿈꾼다. 끝없이 계속되는 잔치, 엄청난 양의 맛있는 음식과 술이 준비된 잔치, 생전에 함께 지내던 친구들과 가족을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하며 즐기는 잔치 말이다. 술고래가 많아서 술이 떨어진다 해도 걱정할 일은 없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에게 “포도주가 떨어졌구나.” 라고 말씀하시면 예수님이 천사들에게 여섯 개의 큰 물독에 물을 가득 채우라고 이르시고는 순식간에 물을 맛있는 포도주로 변화시킬 테니까. 그런 천국은 놀라운 축제의 장소, 혼인 잔치의 장소, 그리고 사랑의 장소며, 다시는 고통이 없고, 죽음도 없는 곳이다. 이전 것들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묵시 2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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