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작성자:
김형기 스테파노         11/26/2020
내용: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나는 오래전부터 마태오 복음 6장의 말씀을 참 좋아했다. 특히, 다음 구절을 늘 가슴에 담고 지낸다.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 보아라.”

“들에 핀 나리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아라.”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 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첫 두 구절은 표현이 매우 시적(詩的)이라서 좋아했고, 마지막 두 구절은 하느님이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였다. 오래 전 장사를 하며 가게 운영이 어려울 때도 이 구절을 떠올리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자 했다. “Lilies of the Field”라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들에 핀 나리꽃”이라는 제목 때문이다.

그런데 십여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을 때 이 복음 말씀을 까맣게 잊고 밤낮으로 걱정한 적이 있었다. 교통사고 후 두 달 만에 의식을 되찾고, 또 몇 주 후에 잊었던 기억을 되살리자 이런저런 상황이 짐작되었다. 다리 하나를 잃고, 몸은 여기저기 망가졌는데, 성대까지 망가져서 말 한마디 못 하고 물 한 모금 넘길 수가 없는데, 정신마저 혼미한데도 이런저런 걱정에 빠졌다. 

앞으로 엄청나게 나올 게 뻔한 병원비가 걱정되고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 계속 잠을 못 자니 정신과 의사가 찾아와서 “왜 잠을 이루지 못 하느냐? 몸이 좋지 않아서 그러느냐, 아니면 걱정거리가 있느냐?” 고 물었다. 필담으로 힘들게 내 고민을 말했더니 그녀는 “환자가 왜 그런 걱정을 하느냐? 병원비는 크게 염려할 것 없다.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은 네 아내와 딸들이 알아서 해결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수면제를 처방 받게 해 주었다.

6개월 동안의 입원이 끝나고 퇴원할 때까지도 병원비에 관해서 얘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퇴원할 때도 후속 치료와 통원 재활 치료에 대하여 자세히 알려 주고 휠체어와 장애인 용 기구 몇 가지를 주문해 주고, 처방 약도 챙겨 주었다. 이후 두어 달 동안은 집으로 간호사와 물리치료사와 영양사까지 보내 주면서도 돈 달라는 얘기가 없어서 좀 불안하기는 했어도 염치없이 나도 모르는 어디에선가 제공해 주는 각종 의료 혜택을 누리고 비상시에는 구급차도 무료로 이용했다.

퇴원하고 병원에서 날아온 병원비의 합계는 거의 삼백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그 엄청난 금액이 어떻게 정리 되었는지 아직도 자세히 모른다. 아마 연방정부와 주정부 그리고 지방 정부에서 규정에 따라 대부분 지불하였겠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금액이 빚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신규 은행 구좌 개설이나 크레딧 카드를 신청하면 으레 ‘Too Much Obligation(빚이 너무 많음.).’ 이라는 이유로 거절 되기 때문에 그렇게 짐작한다. 지불 능력이 없으니 병원에서 빚 독촉도 하지 않고 나도 그 금액을 알고 싶지도 않지만, 로또라도 당첨되면 병원비 잔액의 청구서가 바로 날아오겠지.   

빚은 많이 남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는 그럭저럭해결되었다. 가난하기는 하지만 하늘의 새들보다는 엄청나게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으니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내 삶에서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지나고 보니 중환자 처지에 내 힘으로 해결하지도 못 할 문제에 매달리느라 잠만 손해 본 셈이다.

성경에서는 걱정이 죄인지 아닌지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많은 신학자는 성경 말씀에 근거하여 걱정이 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대개 하느님을 신뢰하지 않고 그분이 선하심을 믿지 못 하거나 그분이 우리에게 하신 말씀을 믿지 못 하여 근심하거나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지나친 걱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불신이라는 죄를 짓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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