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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부르고 예수님을 주님이시며 구원자이시라고 고백하는 개인과 공동체”는 비록 그 형태는 다르지만 “하나이며 가시적인 하느님의 교회를 갈망”(일치교령 1항)하고 있습니다.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기로 약속해 주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부어 주신 성령을 통하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같은 주님을 섬기고, 같은 믿음과 하나의 세례로 함께 모여 “세상 끝까지 복음을 선포”(마태 28,20)하길 바라십니다.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와 세계교회협의회 신앙직제위원회가 공동으로 준비한 금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의 주제는 ‘복음적 열정과 연대적 책임’입니다. 하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일치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할 수 있는 마음의 열정에 대한 요청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함께 연대적 책임감을 갖고 공동으로 응답하자는 권유입니다. 금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우리가 실천해야 할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첫째로 모든 그리스도인이 우리 시대에 교회 일치를 갈망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우리의 귀를 열어 주시길 주님께 청합시다. 오늘날, 같은 신앙을 가지고도 서로를 이질적인 종교로 이해하거나 잘못된 편견을 가짐으로써 깊은 상처를 서로에게 주고 있습니다. 들어야 할 것을 듣지 않고, 오히려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으려 하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마음을 바로잡고, 교회의 상처를 나의 상처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서진 마음’만이 갈라진 교회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파 간의 차이보다는 공동의 신앙고백을 이해하고, 서로를 반대하기보다는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청하는 기도를 진심으로 바쳐 주시길 빕니다.
둘째로 갈라진 교회의 일치를 갈망하는 목소리는 상처받은 이웃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행동하는 우리들의 회심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고통받는 인간의 역사에 직접 참여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마음은 늘 연민과 자비로 가득 찼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도록 연대적 책임감을 제자들에게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예수님의 마음을 닮으려고 할 때, 우리 주변에 상처받은 이웃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가 교파 간의 편견을 뛰어넘어 고통받은 이들에게 작은 관심과 형제애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면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결코 요원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교회의 본질적 소명입니다. 일치를 위해 우리는 오해를 벗어버리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해는 만남을 가능하게 하고, 만남은 사랑을 낳습니다. 귀를 열어 주신 하느님을 찬미하며 함께 구원의 기쁨을 선포하고,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상처받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세상에서 하느님의 보편적 사랑의 참된 표징이 되지 못할 때, 우리의 귀는 있어도 듣지 못하고 우리의 입은 있어도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서로 침묵으로 일관된 갈등의 역사를 써서는 안 됩니다. 서로 듣고 말하며 예수님이 보여 주신 보편적인 형제애로 마음을 모을 때, 우리 안에서 “몸소 말로 다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로마 8,26) 함께하시는 성령께서 우리를 일치시켜 주실 것입니다.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1코린 13,12) 그 날까지 모든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향해 서로 노력합시다.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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