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평화신문  911호 (발행일 : 2007-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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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 뵈려는 간절한 열망으로
 
　평화신문은 사순절을 맞아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본당 사순절 특강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주는 회개와 은총으로 이상덕(이사악) 선교사 편이다. △18일자 생활 속 전례란?(조학균 신부, 예수회) △25일자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적 여정(윤지형 신부, 꼰벤뚜알 프란치스꼬회) △4월 1일자 우리 안에 살아있는 예수님의 수난(김종수 신부, 대전가톨릭대 교수)이다.

　회개란 하느님께 마음을 여는 행위다. 회개에 대한 교회 전통적 가르침은 하느님으로부터 떠나 있는 인간이 하느님께 돌아가는 행위를 말한다. 회개란 하느님 구속 사업의 한 과정으로 하느님이 인간의 영혼 속에서 일하시는 초자연적 재창조다.

　그러나 하느님의 초자연적 재창조는 인간의 자각 의식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회개는 인간의 잠재의식이 아닌 지식과 감정, 의지 전반에 걸쳐 명료한 의식과 결단을 통해 이뤄진다.

　우리는 회개 불감증 시대에 살고 있다. 물질적 풍요가 행복의 근원이라 믿고 하느님을 잊고 산다. 하느님과 회개라는 말조차 너무 멀게 느껴진다. 피정 얘기보다는 백화점 세일 얘기가 더 솔깃하게 들린다.

　하지만 육신처럼 물질이 주는 안심은 길지 않다. 하느님께서는 하느님 자녀가 먼저 찾아야 할 것은 바로 하느님 당신이라고 말씀하셨고 필요한 것은 그냥 주어진다고 약속하셨다.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주시고자 하는 것은 물질이 아닌 영원한 선물이다.

　회개의 인간 한계를 보자. 바오로 사도가 "마음으로는 선을 행하려고 하면서도 나에게는 그것을 실천할 힘이 없습니다.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로마 7,18;23)고 한계를 고백했듯, 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하지 못하는 우리 의지의 한계는 세상 것에 묶여있다. 우리의 원죄가 이유다.

　하지만 우리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그분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새로 태어난 사람들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이 세상에서 부활의 삶을 사는 사람들로서 세상 것에 눌려 하느님이 주시는 은총을 누리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다면 왜 회개해야 하는가. 회개하지 않으면 망하기 때문이며, 바른 인생길을 갈 수도 주님이 주시는 축복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부끄러움과 멸시를 느끼면서도 주님을 보고자 나무에 올라갔던 자캐오의 애타는 심정을 보셨다. 자캐오처럼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고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하며 자신의 것을 나누는 행동은 진정한 회개의 모습이다.

　우리는 사순절 첫 날 재를 얹고, 십자가의 길에서 처마다 어머니께 청하는 기도를 한다. 재를 얹고 어머니 도움을 청하는 것에 사순절 의미가 함축돼 있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이 우리의 사순절이다. 우리는 오늘 지금 여기에서 새 포도주를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 나를 달달 볶고 짓이기는 사람이 있다면 고마워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나의 구원을 위해 가장 가까이에서 준비해 주신다. 사실 그 사람은 한 방을 쓰는 사람이며, 평생 같은 밥상에 앉아 있는 사랑하는 자식들이다.

　먼저 집안에서 사랑이 무르익어야 한다. 우리에게 주신 좋은 것 뿐만 아니라 고통을 주시는 것도 감사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시련과 고통 가운데 더 큰 은총을 주시기도 한다. 가끔은 짊어질 수 없는 십자가를 주실 때도 있지만 그것은 우리 힘으로 사느라 애쓰지 말고 당신께 온전히 의탁하기를 원하시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더 큰 은총의 선물을 구하는 일에 게으르면 안 된다. 자캐오처럼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에서 용감히 뛰어나와 그분을 뵈려는 간절한 열망으로 사순절을 보내야 한다.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