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하느님! 당신의 부르심은 어찌 그리 놀라우신지요? - 천성락 바오로
작성자:
이훈희 Franscis Xavier         9/18/2006
내용:
  저의 집안은 윗대로부터 유난히도 불교를 숭상하는 가정이었습니다. 저의 대에 와서는 유난히도 맞며느리와 맞아들이 절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까지 여겨졌고 또한 거의 매일 절에 다니며, 절의 대소사를 관장하며, 적극적으로 포교 활동에 참여하며 봉사를 할만큼 나름대로 두터운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어느 정도 인가 하면, 이렇게 저와 제 아내 두 내외가 적극적인 활동을 한 보람이 있어서인지 신도들의 수가 늘었고 그에 따라 본교단이 협소하여 도저히 확장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교단 확장에 뜻을 두고 기도하며 전 신자들에게 협조 요청을 하여 모금활동을 하였고 계획대로 신축을 하니 그 뜻이 이루어져 신도 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담한 법단을 마련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만큼 아주 열성적으로 부처님을 섬겼습니다.

 그런데 그 건물이 완료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저희 부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저의 노부친의 공이 크셨습니다. 지금 가만히 되돌아 생각해 보면 부친의 적극적이 도움이 아니었던들 계획대로 되었을까? 하는 생각마저도 듭니다.

 그러던 아버님께서 어느 날 아침을 드시고 나서 하시는 말씀이 “애비야 내가 만일 죽거든 성당산에 묻어 다오.” 하시면서 고향 선산에는 가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어머님께서 깜짝 놀라시며 “너의 아버지께서 아마 망녕이 나셨나 보다. 절에 다니시는 분이 성당산이 왠 말이냐? 너희들이 절에서 그렇게 받드는 부처님을 생각한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 아마 너희 아버지 돌아가시려나 보다.” 하시면서 걱정을 하였습니다.

 저희 고향에는 선산이 있어 매년 한식이 되면 벌초도 하고 묘지 손도 보며 다녀오곤 하였는데 그런 선산을 버려두고 갑자기 성당산으로 가시겠다고 하시니 어머니께서 이해를 못하시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경노당에서 친구분들 중에 아마 성당에 다니는 분이 계셨던 걸로 생각되어집니다. 그래서 성당산이라는 말씀도 아시게 되었고 또 성당산으로 가시겠다고 하시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아버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고 보름 정도 후 팔월 추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께 여느 때처럼 용돈을 드렸더니 경노당에 가셔서 친구분들과 어울려 장기와 바둑, 그리고 화투 놀이를 즐기시며 소일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 출타하셨던 아버님께서 집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시고는 그만 쓰러져 계셨습니다.

그 광경에 저의 식구들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때 저희 집에는 출가하지 않은 동생들과 제 슬하의 자식들까지 열 다섯의 가족들이 북적거리며 함께 살고 있었는데 저의 삼형제가 급히 아버님을 모시고 방으로 모시고 들어가 팔다리를 주무르고 의원을 모시러 뛰어 다니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진맥을 마친 의원의 말이 ‘이미 안되겠으니 준비를 하라’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급작스런 일에 당황을 하여 정신이 없었지요.

그 때 저희들이 우둔하여 돌아가시면 성당산에 가시겠다는 생각을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번쩍 ‘성당산’이 기억났습니다. 그래서 저희 내외가 주위 이웃 분들에게 ‘혹시 성당에 다니는 분이 있느냐? 주위에 아는 분이 있느냐고?’고 물었더니 한 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께 전화로 연락을 드렸더니 몇 분의 성당 자매님들께서 오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당도 안 다니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버님께서 며칠 전 성당산으로 가시겠단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 연락을 드렸다’ 고 하니 아버님께서 ‘뭘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성당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는데 무슨 말인지 어찌 알겠습니까? 그래서 그때는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만 하였습니다. 정화수를 떠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더니 ‘무어라 무어라’ 하며 이마에 십자가를 긋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마는 대세를 주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대세를 주고 나서 다시 연락을 하라고 하며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손님들을 배웅하러 나갔고 그 동안 안식구만 방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방에 들어온 저는 너무나 놀랐습니다. 집이 떠나가라던 숨 모으시던 소리가 삽시간에 조용해 졌습니다.(그 때 저의 집은 큰 길가를 돌아가는 코너 집이었는데 아버님께서 마지막으로 숨을 모으시는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무심히 길을 가던 사람들 중 저희들을 아는 사람은 ‘이 집에 왠 일이냐?’ 하면서 들어오곤 할만큼 크셨지요.) 그래서 다시 뛰쳐나가 돌아가고 계신 성당 자매님들을 다시 불렀지요. 그 자매님들이 한달음에 와서 보고는 ‘숨을 거두셨습니다.’ 하더군요 그러시면서  ‘성당법으로 하겠느냐?’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면 성당 산에 갈 수 있습니까?’ 하고 되물으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러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대답을 한 뒤 아버님을 성당산에 모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의 내외는 절에 발길을 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당에 교리부터 배우러 다녔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다니던 절에서는 야단이 났지요. 그렇게 열심하던 내외가 갑자기 나오지를 않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양쪽에 다닐 수 없었기에 냉정하게 성당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부지런히 열심히 교리를 배운 끝에 19721224일에 영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큰 변동 없이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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