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저의 뜻과는 상관없이 찾아왔고 첫 번째로 주님을 외면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주님께서는 친구를 통해 주님의 교회를 보여 주셨지만 학업에 열중해야 한다는 핑계를 스스로 만들며,  두 번째로 주님을 외면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이주한 뒤 시집식구들이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전 성당을 찾지 않았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삶은 긴장의 연속이었고,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전, 세 번째로 주님을 외면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렇게 7년의 시간이 눈 깜짝 할 순간에 지나버린 어느 날 내 안에 계신 주님께서는 저에게 속삭이셨습니다. "이제 너의 자녀를 위해 나에게로 오라, 오직 나만이 사랑이고 구원이다” 하는 말씀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친구들을 통해 당신의 교회를 보여 주셨지만 이제는 당신께서 직접 당신을 보여 주셨던 것입니다. 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주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서 주님의 사랑 안에서 큰 기쁨과 행복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사랑 안에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열심히 할 수 있는 봉사가  노래이기 때문에 성가대에서 주님을 찬양하며 영광 드리게 되었습니다.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모든 것이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연습을 해야 하는 특성상 밤 시간에 모여서 연습을 해야 했는데, 남편은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해야 하는 저를 이해하지 못했고, 급기야 부부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되었습니다.  놀러 다니는 것도 아닌데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이 야속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므로 주님께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님께서는 응답을 주셨고 그 방법이 남편과 함께 성가대 활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집에서 놀아야 할 시간에 성당에서 연습이 있으면  엄마 아빠로서 마음은 불편했지만, 남편과 같이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혼자 할 때의 부담감을 잊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두 배의 성취감이 되어 우리가족에게 돌아왔고, 아이들에게도 아빠 엄마가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 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느 해 부활절이었는지 기억은 못하지만 세 개의 본당에서 연합으로 부활절 미사를 함께 드리게 되었습니다. 우리 본당, 오렌지 본당, 스테이튼 아일랜드 본당 이렇게 세 개의 본당을 다니면서 연습을 해야 했고, 거기에는 아이들이 항상 따라다녀야 했습니다.  그런데  부활절 당일 날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스테이튼 아일랜드 본당에서 부활절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오려고 하는데 라파엘의 몸에 열이 오르고 몸은 축 늘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아빠 엄마를 따라 다니느라 병이 난 것일까? 하는 죄책감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주님 라파엘을 지켜주소서" 라고 기도하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라파엘은 상처 하나 없이 곱게 홍역을 치렀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믿고 의지하면 모든 것을 들어주시는 믿음의 힘을 체험하게 되면서 항상 마음속에 "너희가 기도하며 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았다고 믿기만 하면 그대로 다 될 것이다" (마르코 복음 11장 2절) 라는 성경구절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성가대 지휘자 자리가 공석이 되었을 때, 오 신부님께서는 성가대장인 저에게 지휘까지 같이 하길 권하셨습니다. 정말 부족한 저를 믿고 맡기시는 신부님께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순명하고  주님께 "주님! 저는 부족하여도 당신께서는 차고 넘치도록 채워 주실 것을 믿습니다” 라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성가대원들과 함께 한마음 한 뜻으로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미사 한 대 한 대 드릴 때마다 최선을 다 했습니다. 때로 실수하고 노력한 만큼 성과가 없을 때는 허탈하기도 했지만, 저희들의 실수까지도 주님께 봉헌하면서 행복했고 이런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 했습니다. 성가대 지휘를 하는 3년 동안 때로는 도망치고 피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내 스스로 주님께 약속했기에 마음 약해질 때마다 주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그 기도의 응답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저만을 위한 기도 지향에서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 지향을 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저에게 베풀어 주시는 주님의 은혜에,   또 조금씩 변해가는 제 자신을 보며 감사했고  감사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주님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마치 씨 뿌리는 사람에 비유할 수가 있었습니다.

유년시절은 "길바닥에 떨어졌다는 것”,  주님의 말씀을 깨닫지 못할 때 시련을 이기지 못함과 같고,

청소년 시절은 "돌밭에 떨어졌다는 것”,  듣고 기꺼이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마음속에 뿌리 내리지 않아 외면함과 같고,

결혼한 후 "가시덤불에 떨어졌다는 것”,  주님의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세상걱정과 유혹에 억눌려 열매 맺지 못함과 같고,

세례 성사와 견진 성사를 받고 난 후 "좋은 땅에 뿌려졌다는 것”,  주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은 사람과 같이 주님의 은총으로 새롭게 태어나 주님의 뜻에 따라서 살아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오랜 세월 동안 제 안에 주님께서는 참고 견디시며 당신께로 인도하셨습니다. 아직까지는 저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 강한 믿음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자비하신 주님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주님의 자녀로 주님께 순종하려 합니다. 주님!  항상 저의 첫 마음 변하지 않고 좋은 땅에 떨어져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굳건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저와 함께 하여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