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와 인터넷

과거 하느님이 예언자를 뽑으셨다면 오늘날이라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공적인 계시는 드러났지만 여전히 여러 예언자들을 통해서 세기를 거쳐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고 계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톨릭 교회가 예수님 이후에 그 많은 ‘성인’들을 선발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오늘날, 지금의 시대에는 어떤 방법을 쓰실까요? 하느님은 늘 시대에 드러나는 것들을 이용하셨습니다. 유대인들과 함께는 그들의 율법에 당신의 정신을 심으셨고, 양피지에 당신의 말씀을 기록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종이가 나온 뒤에는 책을 통해서도 말씀을 하셨지요. 하느님은 인간의 기술을 가로막은 적이 없습니다. 다만 인간의 기술이 올바르게 쓰이기를 바라셨지요. 오늘날에는 인터넷이 그 수단입니다.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을 좀비처럼 들여다보는 이들을 비난합니다. 헌데 그 비난마저도 SNS상으로 하지요.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된 셈입니다. 마냥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야 합니다. 술을 과하게 마시면 사람을 취하게 만들고 어리석게 만들지만 환자의 수술을 위해서 쓴다면 소독약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순수 알콜이 정제되기 전에 사람들은 술로 생명을 구한 셈이지요.

하느님은 인터넷으로도 활동하십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우리의 시선, 특히 전통성을 중요시하는 교회의 시선은 차갑기만 합니다. 아마 양피지에 쓰인 서적들을 중요시하던 시대에는 종이에 적힌 성경을 들고 다니는 이들을 차가운 눈으로 쏘아 보았는지도 모르지요.

도구는 죄가 없습니다. 그것을 들고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스마트폰으로 하느님을 찾는 이들은 하느님을 찾을 것이고 호기심 가는 소식이나 쇼핑몰을 둘러보는 이들은 그렇게 할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도구 자체를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살피면 됩니다. 소위 ‘거룩함’을 고수한다는 핑계로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려서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생각이 막힌 이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