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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내려 학교로 가는 길에 두 다리를 못 쓰시는 아저씨 한 분을 만납니다. 십년 넘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 일찍부터 오후 나절까지 자세도 바꾸지 않고 마치 도를 닦는 사람처럼 앉아 계십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도 있는데 남이 보는데서 ‘동전을 넣어, 말아?’ 하고 아저씨 앞을 지나갈 때마다 갈등을 합니다. 동료 한 사람은 “아이가 수험생일 때는 열심히 넣었는데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잘 넣지 않게 된다”고 말합니다. 저 자신은 갈등을 하다가 민망한 생각이 들면 가끔 동전을 넣곤 합니다. 어쨌든 넣고 나면 그 날은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노숙자나 정신적 혹은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 불치의 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 가족들이 서로 이산하여 살고 있는 사람들…. 하느님이 창조하실 때에 이런 상황에 놓이라고 사람을 만드시지는 않으셨을 터이니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오로지 사람 탓입니다. 사람이 만든 정치, 사회, 경제제도 등 각종 제도는 우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틀입니다만 이 틀에는 무수히 어두운 구석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사람들 때문에 구석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생겼다면 이들이 여기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사람이 해야 합니다. 이 구석을 채우는 것은 바로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사랑이고, 사랑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살자는 행위가 자선입니다.
흔히 ‘자선’ 하면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로 그야말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 놓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몇몇 특별한 분들만이 하는 일로 생각합니다. ‘동전 바구니에 동전을 넣어, 말아?’ 하고 고민하는 보통 사람은 그처럼 훌륭한 일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텔레비전의 어려운 사람을 위한 모금운동 프로그램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공감하여 전화 다이얼을 돌립니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많이 내어 놓으라면 슬슬 피하지만, 그 중 조그마한 일부라면 어느 때라도 내어 놓을 수 있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은 자신이 나누고 싶은 것들을 어디에, 어떻게 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나누고 싶은 그 조그마한 부분들이 그대로 사라집니다. 자선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어 놓는 것뿐 아니라 내고 싶어도 내지 못하는 조그마한 것을 모으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앞으로 자선운동이 추구하여야 할 방향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김전 사도요한 교수·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라파엘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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