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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방향을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신 분은 어머니시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는 이모의 인도로 가톨릭에 입교하셨다. 어머니는 열심히 성당을 다니셨고, 종종 내게 함께 가지 않겠냐며 넌지시 물어보시곤 하셨다. 그 때마다 나는 별 관심도 없었기에 부정적으로 응수하곤 하였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은 성당 가까이로 이사를 갔다. 그 곳에서도 어머니는 새벽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셨다. 나는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 꽁꽁 언 손발을 비비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그러기에 엄마, 누가 사서 고생하시라고 했어요?” 하며 비웃듯이 말하곤 했다.
우리는 종종 뜻밖의 일로 예상하지 못한 일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런 일이 바로 그 해 겨울 성탄절에 내게 일어났다. 성당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연극도 하는데, 구경 가지 않겠냐며 어머니께서 나를 초대하신 것이다.
12월24일 저녁, 나는 별 생각 없이 생전 처음 성당이라는 곳을 갔다. 문을 열고 들어 선 곳은 신발장이었다. 나무로 짠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들을 바라보며 엄숙한 기운을 느꼈다. 그리고 성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는 내 눈앞에 펼쳐지는, 내가 전혀 모르던 새로운 세계에 압도당해 버렸다. 촛불이 밝혀져 있는 제사상 같은 제대와 양옆의 동상들, 벽에 걸린 그림들(십자가의 길 14처)까지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보았다. 그 때 노래 소리가 나더니 어떤 외국 남자가 이상한 옷을 입고 무엇인가를 높이 들고 나타나는 것이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물체(성체 강복)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종이 울리며 모든 사람들의 머리가 일제히 땅을 향했다. 엉겁결에 나도 머리를 땅에 맞대고 엎드렸다.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했다. 누군가 거룩하고 놀라운 분이 오신 것이 분명했다. 무엇이라 표현할 길 없는 신비스럽고 경이로운 체험이었다. 지금도 그 순간의 체험은 내게 생생하게 살아 있다.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하느님, 당신은 살아 계신 생명이십니다”라는 고백이었을 것이다.
그 후 나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밥숟가락만 놓으면 성당밖에 모른다느니, 성당귀신이 되었냐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성당이 내 삶의 전부가 되었다. 학생회, 레지오 마리애, 성가대, 주일학교 교사 등. 나는 모든 활동에 몸 바쳐 뛰었고, 피곤한 줄도 지칠 줄도 모른 채 성당에 빠져 버렸다.
나의 생각,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이것이 그분을 만난 나의 첫 체험이며, 내 삶의 방향을 180도 전환하게 된 회심의 첫 체험이다. 지금도 감사의 정과 함께 새김질하게 되는 그분의 사랑과 은총의 체험으로 기억되고 있다.
● 박정자 로사리오 수녀·성심 수녀회, 한국에니어그램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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