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세례를 받은 지 15년. 처음 세례를 받고 나서 주님께서 주신 은혜, 사랑이 너무 커서 나도 무언가 주님께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를 바라보니 저는 주님께 드릴 아무 재주도 없었고 세상의 잣대로 재어도 너무나 아무 것도 제가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부지런함은 지녔기에 열심히 주일 미사, 수요 미사, 교회 행사에 참석해서 자리를 채우는 것 그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지만 나는 늘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세례를 받은 지 일년쯤 지난 어느 날 구역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 날 구역원들은 단지 제가 연락하기 좋다는 이유로 제게 구역장을 하라고 요청을 하였습니다. 그 때  주님은 제게  “예”라고 대답을 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그 동안 주님의 일에는 자리 밖에 채울 줄 몰랐던 제게 주님은 “너도 할 수 있단다.” 하고 이렇게 불러 주셨습니다. 그렇게 구역장으로 봉사를 하던 중에 주님께서는 제가 부엌일로 봉사를 하도록 하시며 “너에게도 있단다”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일보다 부엌일 만큼은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아! 주님은 알고 계셨구나.

             초등학교 시절, 교내 방송반 아나운서를 뽑는다는 말에 손을 들었다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을 듣고는 슬그머니 손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 날 선생님께서는 그런 저를 뽑아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전례 사회를 맡으라는 어느 형제님의 부탁을 받고는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젠 부족한 대로 여러 사람 앞에서 설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가진 것도 없고 내어 놓을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저에게 주님께서는 제가 가진 것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알려 주십니다. 제가 하는 것은 주님이 저를 부르실 때 “예” 하고 대답하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저의 대답을 듣고 제가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늘 지켜보시고 함께 계시는 주님을 생각하며 주님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저는 제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리나 저 보다  더 저를 더 잘 아시는 주님께서는 제가 가진 그 무엇이든지 찾아서 알려 주십니다. 제가 그 부름에 “예” 하고 대답만 하면 주님은 우리를 주님께서 필요한 곳에 써 주십니다.

             이제 저는 주님의 오케스트라에서 악기 하나를 연주하는 연주자입니다. 주님은 저의 작은 소리를 주님의 오케스트라에 쓰시고 다른 소리와 잘 조화를 하도록 지휘를 하십니다. 전 주님의 지휘를 따라 열심히 제 소리를 내며 주님의 아름다운 연주에 참여합니다.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도 소중하다 하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 야훼께서는 모든 것을 각각 쓰임에 맞게 만드셨다.  계획은 사람들이 세우고 결정은 야훼께서 하신다. – “잠언 16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