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마르 10,2) 이 질문은 예수님께 어떤 답을 구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예수님의 답을 구실로 뭔가 올가미를 씌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이미 신명기 24장의 ‘이혼과 재혼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해서 사람들의 이혼을 쉽게 허락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도 이미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신명기의 규정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완고한 마음 때문이라고 가르쳐 주시면서 창세기의 말씀으로 혼인에 대한 하느님의 가르침을 그들에게 새롭게 인식시켜 주십니다. “창조 때부터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마르 10,6-7) 그리고 이혼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8)

혼인과 이혼에 대한 율법의 해석만을 중시하던 바리사이들과는 달리 예수님의 말씀은 완전히 새로운 가르침입니다. 예수님은 혼인이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이라고 가르쳐 주십니다. 그냥 젊은 남녀가 서로 좋아해서 결혼을 하고, 싫으면 이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두 사람을 한평생 부부로, 한 몸과 마음으로 살라고 맺어주셨다는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을 부부로 맺어주는 것은 어떤 계약을 넘어서 본질적으로 하느님께서 그렇게 해주신다는 것입니다.

이 가르침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사실 이 가르침 안에 혼인과 가정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져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저 남자 혹은 저 여자와 부부로 맺어주셨다는 것은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내가 저 사람이 좋든 싫든 한평생 사랑하며 함께 살라고 부부로 맺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혼인 서약을 맺을 때, 하느님과 교회 앞에서 이렇게 맹세합니다.

“나는 당신을 아내로/남편으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일생 신의를 지키며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약속합니다.”

우리가 혼인 서약 때 발하는 이 맹세는 우리가 죽는 날까지 계속 이어지는 것입니다. 한평생 한 사람과 함께 살면서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함께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희생과 사랑이 요구됩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상대방에게 나 자신을 맞추고 서로를 길들여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항상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부로 함께 살아가다보면 서로에 대해서 잘 몰랐던 많은 부분들 때문에 서로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내가 이 사람을 너무 몰랐다느니, 성격이 너무 맞지 않다느니 라는 등의 이유를 들며 이혼을 생각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것이 발견되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나와 성격이 너무나 맞지 않는 그 사람, 나를 너무나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며 함께 살라고 두 사람을 맺어주신 분이 바로 하느님이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