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독서에서 스바니야 예언자는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기뻐하라고 말합니다. “딸 시온아, 환성을 올려라. 이스라엘아, 크게 소리쳐라. 딸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스바 3,14)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도 우리에게 기뻐하라고 말합니다. “형제 여러분,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필리 4,4)

스바니야 예언자는 우리가 기뻐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너에게 내리신 판결을 거두시고, 너의 원수들을 쫓아내셨다. 이스라엘 임금 주님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니, 다시는 네가 불행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스바 3,15) 사도 바오로는 우리가 기뻐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가까이 오셨습니다.”(필리 4,5)

오늘 우리는 대림시기의 세 번째 주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대림시기를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 번째 주일입니다. 이제 우리는 점점 더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오실 날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뻐해야 합니다. 교회는 이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서 전통적으로 대림 제3주일 미사를 봉헌할 때 사제는 보라색이 아닌 분홍색 제의를 입고, 대림초도 보라색이 아닌 분홍색 촛불을 밝혔습니다.

여기서 저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과연 기쁜가?” 사제가 분홍색 제의를 입었다고 해서, 제대 앞의 분홍색 대림초에 불을 밝혔다고 해서 우리는 과연 기쁜가? 스바니야 예언자와 사도 바오로가 기뻐하라고 말하며 그 이유까지 다 이야기해주었는데, 그 말씀을 듣고 나서 우리는 과연 기쁜가?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야말로 우리가 이 대림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줄 것입니다.

나의 구원자이신 예수님께서 나에게 오시기를 정말 간절히 기다리며 대림시기의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은 오늘 스바니야 예언자와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들으면서 정말 기뻐할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릴 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시간이 점점 다가올 때 기쁜 마음이 가득한 것처럼 그렇게 기쁠 것입니다.

그와는 반대로 별로 기쁘지 않는 사람들은 대림시기와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오든지 말든지 아무 상관없이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기쁨의 대림 3주일은 남의 잔치를 구경하는 사람처럼, 함께 기뻐하지 못하고 그냥 보고만 있는 사람처럼 지내게 될 것입니다. 성탄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해마다 성탄절을 남의 잔치 구경이나 하듯이 보내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