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율법학자가 예수님께 율법 계명들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의 두 가지를 대답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이미 신명기와 레위기에 나와 있는 하느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그 율법 학자는 예수님께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마르 12,34)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율법 학자는 하느님의 나라가 무엇인지, 어떤 나라인지를 깨닫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바로 하느님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내 이웃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할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성전에서 동물을 잡아 바치는 제사가 하느님의 나라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루카 10,29-37)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도를 당한 이웃을 그냥 지나쳐서 제사를 드리러 가는 것이 하느님의 나라가 아니라 제사를 드리러 가는 길에 만난 불쌍한 이웃을 보살펴주고 도와주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이며 하느님 나라의 실현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하셨던 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의 모습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예수님을 통해서 온전히 드러났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따라 예수님처럼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바로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는 일꾼으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일꾼들입니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할 때 그저 말로만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느님 사랑을 드러내야 합니다. 하느님께 나의 시간을 내어 드리고, 하느님이 원하시는 일들을 하려고 노력하고, 지금보다 더 자주 더 열심히 기도하고, 미사를 정성껏 봉헌하는 것들은 모두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행동들입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보다 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을 바라보고, 약함과 부족함을 이해해주고, 참아주고, 기다려주고, 용서해 주고,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는 것들도 모두 우리가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들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려고 노력할 때 내 삶의 자리들은 어느새 나도 모르게 하느님의 나라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사랑이 있는 곳은 언제나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하느님이 바로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도 요한은 우리에게 이렇게 권고합니다.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1요한 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