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수님의 말씀들은 실천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이 말씀들은 무조건적인 양보와 희생이 그 안에 깔려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억울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본능은 항상 맞대응의 원칙을 고수합니다. 누가 나에게 잘해주면 나도 그만큼은 잘해주고, 누가 나에게 손해를 끼치면 나도 그만큼은 손해를 끼쳐야 합니다.

 이런 마음들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구약 성경의 탈출기를 보면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율법을 주시면서 이런 명령을 내리십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화상은 화상으로, 상처는 상처로, 멍은 멍으로 갚아야 한다.”(탈출 21,24-25)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네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내밀고, 네 겉옷을 가져가는 자는 속옷도 가져가게 내버려 두어라.”(루카 6,29)

 구약의 하느님과 신약의 예수님이 서로 다른 분이어서 말씀도 이렇게 다른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은 온전히 하나이십니다. 그러면 서로 다른 이 말씀들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들어야 할까요? 예수님은 마태오 복음서에서 그 답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결국 구약의 율법들을 완성하는 사랑의 계명들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범주를 완전히 뛰어 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말씀들을 실천하는 것을 대단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사랑의 틀을 부수고 뛰어넘어야 합니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어떤 낭만적이고 행복한 사랑, 뭔가를 받기만 하는 사랑을 꿈꾸는 듯합니다. 물론 사랑은 그런 측면도 있지만, 오늘 예수님의 말씀들이야말로 참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에게 잘 가르쳐 줍니다.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들이 진정 완전한 사랑,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끝까지 자기를 희생하고 양보하는 것, 조건을 따지지 않는 것, 심판하지 않는 것, 용서하는 것, 되받음을 바라지 않고 주는 것,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 내가 받은 아픔을 되갚으려 하지 않는 것이 예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사랑입니다. 이 힘겨운 사랑은 심지어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하는 엄청난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랑하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을 참으로 믿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을 억지로 시켜 놓고, 그것을 뒷짐 지고 바라보시는 그런 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환상과 로맨스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우리가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범주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오늘 예수님의 말씀대로 사랑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예수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죄인들과 다를 바가 없으며, 하느님을 모르는 세상 사람들과도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