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승리가 죽음을 삼켜 버렸다. 죽음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죽음아, 너의 독침이 어디 있느냐?”(1코린 15,54-55)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설합니다. “죽음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스도 안에서 찾아 보십시오. 거기에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죽음이 존재하기는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죽음은 죽었습니다. 오, ‘생명’이여, 죽음의 ‘죽음’이여! 그러니 용기를 가지십시오. 우리 안에서도 죽음이 죽을 것입니다. 우리의 머리이신 분께 일어난 일이 그분의 지체들에게도 일어날 것입니다. 죽음이 우리 안에서도 죽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언제입니까? 세상 종말에, 죽은 이들의 부활 때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믿으며 조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는 승리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말씀입니다. 여러분이 그것을 곰곰이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그것을 노래하고, 마음으로 희망하며, 믿음과 선행으로 그것을 추구하도록 주어진 말씀입니다.”(『설교집』(부활시기) 233,4)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죽음이 ‘죽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믿고 사는 우리 안에서도 죽음이 ‘죽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믿으며, 마음으로 희망하고, 믿음과 선행으로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신앙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죽음의 ‘죽음’!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인간에게 이것은 참으로 놀라운 소식입니다. 생명 자체이신 분, 죽음이란 것을 겪으실 수 없는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시고, 직접 죽음을 겪으시고 다시 살아나심으로써 죽음의 ‘죽음’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예수님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도 죽음의 ‘죽음’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태초에 인간을 창조하실 때, 당신의 모상을 따라 만드셨기에 인간 안에 죽음이란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첫 인간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죄를 지었고, 그 죄의 결과로 인간은 원래 받았던 하느님의 모상을 잃어버리면서 죽음이 그 자리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한 사람의 범죄로 모든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았듯이, 한 사람의 의로운 행위로 모든 사람이 의롭게 되어 생명을 받습니다.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듯이,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 율법이 들어와 범죄가 많아지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 이는 죄가 죽음으로 지배한 것처럼, 은총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는 의로움으로 지배하게 하려는 것입니다.”(로마 5,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