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지 주일인 오늘부터 한 주간 동안 우리 교회는 전례주년 중에서도 가장 거룩한 성주간을 지내게 됩니다. 이 성주간에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묵상하고 기념하며, 전례를 통하여 그 사건에 동참하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군중들이 성지 가지를 들고 환호했던 사건과 동시에 그 군중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치며 예수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건을 함께 묵상합니다.

 예수님께서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에는 군중들이 정말 예수님을 메시아로 환영했지만, 정작 예수님이 아무 힘없이 로마 병사들에게 채찍질을 당하시고 비참한 인간의 모습으로 군중 앞에 서시자,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고함을 질러댔습니다.

 영광스러운 메시아만을 기대했던 군중들에게 예수님이 보여준 나약하고 비참한 인간의 모습은 도저히 메시아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 모습이야말로 오늘 1독서에서 들으신 바와 같이, 이사야서에 나오는 ‘주님의 종의 노래’에 등장하는 메시아의 모습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시는 메시아는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메시아가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수치와 모욕을 당하고 죽음을 겪는 그런 메시아라고 이미 구약 성경에 예언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성경의 말씀은 잊어버린 채 자기들이 원하는 메시아만을 고집하며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게 만들었습니다.

 이로써 구원의 역설적인 신비가 이루어집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을 위해 보내신 메시아께서 바로 그 사람들에 의해 죽음을 당하시고, 이 죽음으로 사람들의 죄가 용서받고,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놀라운 구원의 신비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며, 오직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깊은 묵상만이 이 신비를 조금씩 깨닫게 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