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예수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나이 많은 사람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다 떠나가고 그 자리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다 자기의 죄는 숨긴 채 여인의 죄를 고발하고 손가락질했지만, 정작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자기의 죄가 드러나게 되자 아무도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오직 예수님만이 그 여인을 단죄하고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죄가 없는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예수님과 여인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 여인은 아직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떨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자신을 단죄할 수 있고 돌을 던질 수 있는 유일한 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심판을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은 여전히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심판은 이러했습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
예수님의 심판은 용서였습니다. 예수님이 단죄할 자격이 없어서 단죄를 안 하신 것이 아니라, 여인에 대한 사랑과 자비로 죄를 용서해 주신 것입니다. 이 여인은 오늘 예수님께 붙들려 오지 않았다면 반드시 돌에 맞아 죽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 붙들려 옴으로써 죄를 용서받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이 용서에서 우리가 유심히 봐야할 것은, 여기서 여인이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 죄만 용서해 주신다면 다시 착하게 살겠습니다.’ 라는 참회의 고백도 없었고, 지금 이 여인이 자신의 죄를 뉘우쳤는지 그렇지 않은지조차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과 아무 상관없이 여인은 거저 용서를 받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느님의 용서는 무조건적이며 거저 베풀어지는 선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이 우리를 그렇게 거저 용서해주시는 이유는 새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한 것임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죄를 용서받지 못하면 우리의 죄는 그대로 남아 있고, 우리는 그 죄에 묶여 계속 죄인의 삶을 살아야만 합니다. 오늘 여인이 예수님께 죄를 용서받지 못했다면, 죽지는 않았더라도 평생 간음녀 라는 죄의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만 했을 것입니다.
용서는 언제나 그와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면 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것처럼 용서받은 사람은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순 제5주일에 교회가 오늘 복음 말씀을 들려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죄에 묶여 살지 말고 예수님께 돌아와 죄를 용서받고 새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