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천 년 전 오순절에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내려오신 것을 기념하는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살아계실 때 제자들에게 자주 설명해주시며, 당신께서 떠나시면 보내주시기로 약속한 ‘보호자’, ‘협조자’가 바로 성령이셨습니다. 사도들은 오순절에 성령께서 내려오신 뒤에야 예수님이 말씀하신 모든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놀라운 지혜와 언변과 기적으로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과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 시작했습니다.

 

 성령은 말 그대로 거룩한 영, 곧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 예수님의 영이십니다. 우리에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영이 있습니다. 인간은 육체와 영혼이 합쳐진 존재입니다. 우리는 비록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 안에 영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육적인 것이 아니라 영적인 것이기에 설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영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아들 예수님께도 영이 계십니다. 두 분의 영은 같은 영이십니다. 왜냐하면 두 분은 같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이 하느님의 영은 세상 창조 때부터 하느님과 아들 예수님과 함께 계시면서 함께 일하셨습니다. 성경은 곳곳에서 이 성령의 활동하심에 대해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고 영에서 태어난 사람이 되었습니다. 불고 싶은 데로 부는 바람처럼 성령께서 우리들 안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것을 두고 사도 바오로가 오늘 제2독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1코린 12,6-7)

 

 또 바오로는 이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면서 맺어 주는 열매들이 바로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갈라 5,22)라고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노력해서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우리들 안에 맺어주시는 열매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성령에 따라 살지 않으면 맺을 수 없는 열매들입니다.

 

 성령께서 우리들 안에 계시지만 우리는 이 성령에 따라 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이것을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십시오. 그러면 육의 욕망을 채우지 않게 될 것입니다. 육이 욕망하는 것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께서 바라시는 것은 육을 거스릅니다. 이 둘은 서로 반대되기 때문에 여러분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됩니다.”(갈라 5,16-17)

 

 우리가 육체의 본능에 따라 살아갈 때 우리는 성령에 따라 살지 않는 것입니다. 성령의 뜻은 우리의 본능과 욕심과 욕망과 쾌락과는 분명히 반대되는 것입니다. 오늘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아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세례 때 서약했던 대로 이 모든 육적인 것들을 끊어 버리기로 다짐합시다. 그리고 이천 년 전 사도들에게 내려오셨던 성령께서 오늘 우리들에게도 내려오시어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켜 주시도록 마음을 다하여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