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때 성체성사를 세우시어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내어주시는 놀라운 신비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최후의 만찬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천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우리 교회는 날마다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먹고 마시며 존속해 왔습니다. 성체성사는 예수님을 믿는 이들 모두가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과 하나되게 하는 신비이며, 이 신비로 우리 교회가 이천년 동안 계속 이어져 온 것입니다.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 이전에도 이미 사람들에게 성체성사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요한 복음 6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이 바로 생명의 빵이라고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1.54-56)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최후의 만찬 때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그대로 말씀하심으로써 이 말씀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들으신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주시며 제자들에게,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1,24)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잔을 들어,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1,25)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에 따라 우리 교회는 날마다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예수님께서 하신 것을 그대로 행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성체성사, 지금 우리가 드리고 있는 미사입니다. 미사 중에 우리는 사제를 통해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을 그대로 듣게 되며, 살아계신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먹게 됩니다. 빵과 포도주가 외형적으로 볼 때는 변함이 없지만, 예수님의 말씀으로 당신의 몸과 피가 되는 것은 신앙의 신비입니다.

 이 신앙의 신비는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믿지 않는 사람들,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예수님의 몸과 피를 나누어 주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예수님의 몸과 피가 그냥 빵과 포도주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체성사는 믿음으로만 알아듣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은총입니다.

 또한 우리는 진정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셔야 합니다. 너무나도 큰 죄인인 우리에게 예수님은 언제나 한결같이 당신의 몸과 피를 나누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죄를 용서해 주시려고, 우리를 깨끗하게 해 주시려고 당신의 몸을 날마다 우리에게 주시는 예수님의 한없는 사랑을 우리는 늘 깊이 묵상하며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성체성사가 얼마나 크고 놀라운 신비이며, 바로 죄많은 나를 위한 은총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