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교황 주일을 지냅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교황님에 대하여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이 베드로라는 이름을 주신 시몬 한 사람을 당신 교회의 반석으로 삼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그에게 교회의 열쇠를 맡기셨으며, 그를 당신의 온 양 떼의 목자로 세우셨습니다.”(881항) 이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가 바로 교황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8-19)

 이 말씀 그대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라는 반석 위에 당신의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님을 반석으로 삼아, 역사 안에서 계속 이어져 내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또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셨습니다. 이 열쇠는 베드로 개인의 소유물로 주신 것이 아니라, 교회의 반석으로서 교회를 이끌어가야 할 직무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주신 것입니다. 이 권한도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님이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부들은, 신앙인들이 가톨릭 교회 안에 있기 위해서는, 교황님과 언제나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매우 강조했습니다. 수많은 이단들이 신앙의 진리와 교회 공동체를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 교황님과의 일치는, 이단에 맞서고 교회의 정통 신앙을 따르고 지킨다는 결정적인 표시였습니다.

 한 예로, 치프리아노 성인은 그의 책 『가톨릭 교회 일치』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우셨고, 그에게 양들을 맡기셨습니다. 모든 사도에게 동등한 권한을 주셨지만, 하나의 교좌를 세우셨으며, 당신의 권위로 일치의 기원과 이치를 제정하셨습니다. 베드로 역시 다른 사도들과 같은 사도였지만, 베드로에게는 수위권이 주어졌는데, 이것은 하나의 교회, 하나의 교좌가 드러나기 위함입니다. 베드로를 향한 이 일치를 견지하지 않는 자가 어떻게 신앙을 보존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교회가 베드로의 교좌 위에 세워져 있는데, 그 교좌로부터 떠나 있는 자가 어떻게 교회 안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가톨릭 교회 일치』 4)

 교부들의 이러한 생각은 그 시대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 교회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교황님과의 일치를 유지하지 않는 사람은 가톨릭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교황님을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교황님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아무 상관없이, 가톨릭 교회 안에서 가톨릭 신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교황님과의 일치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하고, 교황님의 가르침이 교회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천 년 동안 우리 교회는 이러한 확신으로 한결같이 이어져 내려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될 것입니다. 오늘 이 미사 중에 특별히 주님께, 당신께서 뽑아 세우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늘 지켜주시고 보살펴주시며, 당신의 양떼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힘과 용기와 지혜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