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기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예수님은 기도할 시간이 거의 없으셨기에 캄캄한 새벽에 홀로 일어나 외딴 곳에 가서 기도하셨습니다. 그 기도를 통해 예수님은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으셨고, 하느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기도를 마치시자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달라고 청합니다. 제자들은 기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몰랐던 것입니다.

 

 

 사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우리들도 기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도 예수님께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시기를 청해야 하고, 또 예수님이 보여주신 기도를 배워야 합니다.

 

 기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간을 내어야 합니다. 우리는 기도하기 위해 시간을 따로 내지 않으며, 먹고 살기도 바쁜데 기도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우리보다 훨씬 더 바쁜 분이었습니다. 그분에게는 날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밥을 제대로 먹을 시간도 없었고, 잠을 제대로 잘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새벽에 홀로 일어나 기도의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우리도 시간이 없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기도 시간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리고 기도는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나 혼자 독백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말씀드리면 그분이 듣고, 그분이 말씀하시면 내가 듣는 것입니다. 내가 말씀드리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 것은 대부분 잘 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정작 기도한다고 하면서도 내 이야기만 잔뜩 쏟아내고 나서 기도를 끝내 버릴 때가 많습니다.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기 위해서는 내 이야기를 멈추어야 합니다. 나의 생각들도 멈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의 모든 의식과 마음을 하느님께로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집중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생각들이나, 어떤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분심, 잡념과는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내면 깊은 곳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대화는 살아있는 두 인격체가 주고받는 것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아브라함이 잘 보여준 것처럼, 하느님과의 대화는 막연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생생한 것입니다. 아브라함도 우리와 똑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막연하게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살아계신 분이시기에 생생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늘 우리 곁에 계십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상 속에서도 하느님과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늘 하느님을 저 먼 곳에 계시는 분으로, 막연한 분으로 생각하기에 잘 찾으려 하지 않지만 사실 하느님은 우리가 찾기만 하면 바로 곁에서 우리에게 응답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을 찾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