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독서의 ‘선악과 이야기’는 인간 존재가 어떻게 유혹에 넘어가는가를 말하기 위한 하나의 상징적인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이 이야기는 아주 치밀하고 섬세하게 유혹의 과정들이 어떻게 우리 안에서 전개되어 나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을 하와에 대입시켜 보면 이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하느님이 주신 법에 따라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순간에 우리는 유혹을 받습니다. 유혹의 소리는 아주 은근하고 교묘하게,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해도 되는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 소리에 우리 자신을 은근히 정당화시켜버립니다. 어떤 상황을 살짝 거짓으로 만들어 버리거나, 아니면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우리 자신을 정당화시킨 다음, 유혹대로 움직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하느님께 죄를 짓게 됩니다.

사실 우리는 너무나도 약한 존재이기에, 늘 한결같이 하느님을 믿고 따르다가도, 단 한 번의 유혹에 걸려 넘어지고 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같은 잘못을 계속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고해성사를 드리고 나서도, 그 죄를 또 짓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으로 단정해 버리고, 자꾸 하느님과 멀어져 갑니다. 이것은 사탄이 너무나도 기뻐할 일입니다. 우리와 하느님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 사탄의 유혹의 가장 주된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힘없고 약한 우리가 어떻게 유혹에 이길 수 있는지를 오늘 예수님께서 잘 보여주고 계십니다. 예수님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셨습니다. 그래서 40일을 쫄딱 굶으시고 나니 몹시 배가 고팠습니다. 그때 사탄이 유혹해 옵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이 유혹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에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라고 대답하십니다. 당신은 분명 하느님의 아들이시지만, 하느님의 아들의 힘으로 유혹을 물리치신 것이 아니라, 성경 말씀으로 유혹을 물리치신 것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유혹들도 모두 마찬가지로 성경 말씀으로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이것으로 우리가 유혹에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가를 분명히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유혹도 하느님의 말씀 앞에서는 꼼짝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참되고, 진리이기 때문에, 그 어떤 거짓도 그 앞에서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게 되는 그 수많은 유혹들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살면서, 유혹이 찾아올 때마다, 내 의지가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그 말씀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매일 단 한 줄이라도 성경을 읽음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으로 매 순간순간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