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하느님의 현존의 표징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구름 속에서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세 명의 제자들이 아직도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시고, 하느님께서 직접 개입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아들,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아들이라고 하느님께서 직접 말씀해 주시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그저 특별한 랍비가 아니라, 바로 구약에서 예언된 메시아, 하느님의 아들이니, 제자들은 하느님의 아들로서 예수님을 알고, 예수님의 말을 들으라는 하느님의 간곡한 호소입니다.

 하느님이 예수님의 삶에 직접 개입하신 적은 거의 없습니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실 때와 오늘 거룩한 변모 때 단 두 번뿐입니다. 그만큼 오늘 이 변모가 하느님의 구원 역사 안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이 전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 하느님 편에서 볼 때에도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입니다.

 오늘 이 제자들의 모습이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우리 자신을 한 번 돌아봅시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참으로 알고 믿으며, 예수님의 충실한 제자로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예수님은 우리에게도 분명히 여러 번 여러 가지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시고, 때로는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 때로는 성경 말씀 안에서, 때로는 우리의 개인기도 중에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셨을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그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늘 베드로처럼 엉뚱한 소리를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봅시다.

 미사 중에도 예수님께서는 빵과 포도주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십니다. 빵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우리 안에 모시면서 우리는 과연 살아 있는 예수님을 만나고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성체를 모시고 난 이후에도 우리가 베드로처럼 우리 이야기만 엉뚱하게 늘어놓는다면, 하느님께서 그런 우리를 보시면서 얼마나 답답해하실지 생각해 봅시다.

 미사 중에 빵과 포도주로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을, 우리가 진정 하느님의 아들로, 또 나를 구원해 주시는 분으로 믿고, 우리 안에 살아 있는 예수님을 모실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하여 미사를 봉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