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두 제자가 예루살렘에서 엠마오라는 마을로 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들, 즉, 예수님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이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구원해 줄 메시아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3년 동안 열심히 따라다녔는데, 그 예수님이 아무런 힘도 없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 버렸습니다. 제자들이 느꼈을 실망과 좌절감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두 제자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건네시고, 그들에게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하여 기록된 내용들을 설명해 주십니다. 예수님의 설명을 들을 때 제자들의 마음이 다시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스승 예수님이 고난을 받고 죽으신 것은 모든 것이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성경에 이미 예언된 일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식탁에 앉아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실 때, 비로소 그들은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예수님이 죽으시기 직전에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하실 때 바로 그렇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사라지십니다. 제자들은 서로 이렇게 말합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이제 제자들의 충격과 슬픔과 좌절은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들은 다시 뜨거워진 마음으로,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갑니다. 가서 다른 제자들과 예수님의 부활을 서로 이야기합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제자들은 절망에 빠져 집으로 되돌아가고 있었지만,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제자들은 변화되었습니다.

이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사람은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우리의 삶이, 또, ‘나’라는 존재가 늘 아무런 변화 없이 살아간다면, 우리가 아직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표징이 됩니다. 진정 예수님을 만난 사람은 변화됩니다. 마음과 눈과 생각과 말과 행동, 삶 자체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이 말을 바꾸어 표현하면, 우리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야 합니다.

 이 미사 중에, 나의 기도 중에, 성경 말씀을 들을 때 우리는 예수님을 만나야 합니다. 예수님은 이미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시는 분입니다. 아직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눈과 마음이 뭔가에 가리워져 있다는 증거입니다. 내 안의 그 무엇이 나를 예수님과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