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어떤 가나안 부인이 예수님과 제자들에게 와서 마귀 들린 딸을 구해 달라고 간절히 청했습니다. 평소에 예수님은 누구든지 와서 도움을 청하면 그것을 다 들어주셨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가나안 부인의 간청에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시고 그저 묵묵히 계속 길을 걸어가십니다. 그리고 여인을 강아지에 비유하며 모욕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말씀도 하십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여인에게 왜 그렇게 하셨을까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소에는 전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던 예수님께서 정말 이방인이라고 여인을 차별하시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사실 오늘 예수님께서 이렇게 하신 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진정한 믿음이 어떤 것인지 군중에게 보여주고자 하신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떤 경우든지 누군가가 찾아와서 도움이나 치유를 청하면 먼저 그 사람의 믿음을 확인하셨습니다. 정말 낫게 되리라고 믿는지 물어보신 다음 그 사람이 “믿습니다.”라고 확실히 대답했을 때 병을 고쳐 주셨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예수님께서 ‘내가 낫게 해주겠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거의 없고 오히려 ‘너의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하심으로써 그 사람의 믿음이 그 사람에게 기적을 일으켰다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어떤 치유나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무조건 하느님께 다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의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것도 그냥 믿음이 아니라 오늘 복음의 여인처럼 정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매달리는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도 가끔 이 여인이 처한 경우를 경험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기도해도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더 이상 하느님께 매달리지 않고 포기해 버립니다. 하느님의 침묵이 우리의 믿음에 대한 하느님의 시험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른 채 그냥 포기해 버리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전혀 듣지 않으시는 것 같은 마음이 들더라도 계속 기도할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그 기도를 들어주실 것입니다. 그 안에 하느님을 향한 굳센 믿음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믿음을 시험하는 분이십니다. 아브라함도 그랬고 요셉도 그랬고 모세도 그랬고 이스라엘 백성들도 그랬습니다. 이 시험은 그저 단순히 그들의 믿음을 확인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들의 믿음을 더욱 굳세게 하기 위한 시험이며 그것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더 깊이 깨달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험이었습니다.

 

우리도 오늘 가나안 여인이 보여준 것처럼 하느님의 시험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느님을 붙들 수 있어야 합니다. 정말 하느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하느님은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끝까지 믿는 사람은 진정 자신이 믿는 대로 하느님의 사랑과 현존을 가슴깊이 느끼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