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때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미사 중에 항상 빵과 포도주 안에서 성체와 성혈로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는 놀라운 신비를 기념하는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예수님은 이미 최후의 만찬 이전에 사람들에게 성체성사에 대해서 여러 번 말씀하셨는데, 오늘 복음이 바로 그 말씀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은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마태 26,26) 또 포도주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7-28)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1,24)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성체성사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은 빵과 포도주를 바로 당신의 몸과 피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나를 먹는 사람은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요한 6,55.57) 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미사 중에 받아 모시는 빵과 포도주가 바로 예수님의 몸과 피이며,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사람은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살 것이라고 분명하게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승천하시면서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 함께 계시겠다는 약속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미사 중에 우리는 빵과 포도주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살아 있는 예수님을 받아 모십니다. 성체성사는 신비입니다. 우리 눈으로 보기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가 된다는 것은 놀라운 신비이며, 이 신비는 신앙으로 믿는 사람에게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당신의 몸과 피를 주시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당신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영원히 살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미 십자가 죽음으로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당신 자신을 제물로 내놓으셨고, 이제 그 희생과 사랑을 성체성사 안에서 영원히 이어지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서 또 한 번 사랑으로 당신 자신을 다 내어주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예수님을 우리 안에 받아 모심으로써 우리도 또 하나의 예수가 되어, 다시 세상에 나가서 예수님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신 예수님께서 매일 조그만 빵과 포도주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다는 것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적입니다. 우리는 매일 이 놀라운 기적을 두 눈으로 보고,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도 아무런 변화 없이 그냥 살아갑니다. 그러면서도 어떤 기적을 바라고 하느님을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성체성사 안에서 우리가 살아있는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다른 그 어디에서도 우리는 예수님을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성체성사보다 더 예수님의 현존이 드러나는 곳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