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제가 아주 좋아하는 성경구절 가운데 하나인 이 말씀에서 오늘 저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문장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다보면 좋은 일도 생기고 나쁜 일도 생깁니다. 또 우리는 죄를 저지르기도 하고 선행을 실천하기도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또 단순히 나의 의지로 행하는 것을 넘어서 하느님께서 이 모든 것 안에서 선을 이끌어내신다고 바오로 사도는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록 죄를 짓고 악을 저지르지만 하느님께서 우리의 죄악을 통해서도 우리를 선으로 이끄신다는 바오로 사도의 놀라운 통찰을 우리는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루카 복음서 15장에 나오는 ‘되찾은 아들의 비유’ 이야기를 보면 작은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한테 유산을 달라고 하여 그 돈을 가지고 먼 고장으로 가서 방탕한 생활을 합니다. 그 방탕한 생활 끝에 유산을 다 써버리고는 정신을 차려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한없는 자비와 사랑과 용서를 깊이 체험합니다. 이와 반대로 큰아들은 집을 한 번도 나가지 않고 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그런 것을 전혀 체험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돌아온 동생조차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에서 그 주체는 언제나 하느님이십니다. 모든 것이 그저 자연스럽게 함께 작용해서 선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들 안에서 결국에는 선을 이끌어내신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하느님의 섭리’라고 표현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결코 우리의 죄악에서 선을 이끌어낼 수 없지만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섭리로 그렇게 하실 수 있다고 바오로 사도는 굳게 믿었고, 우리들 또한 그래야 합니다.

2010년에 바오로딸에서 출판된 자크 필립 신부님의 「평화 안에 머물러라」라는 책을 보면,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문장에 대해 자크 필립 신부님의 깊은 통찰이 담겨져 있습니다. “아기 예수의 (성녀) 소화 데레사는 십자가의 성 요한의 다음 말을 매우 좋아했다. ‘사랑이신 분(하느님)은 내 안에 있는 선한 것뿐 아니라 악한 것도 이용하시면서 모든 것을 변화시키신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는 그분이 우리의 잘못과 불충실한 모든 것에서 선을 끌어내실 수 있다고 믿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성 바오로 사도의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한테는 모든 것이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을 인용하면서 ‘죄까지도’ 라고 덧붙인다. 우리 잘못을 지나치게 한탄해선 안 된다. 하느님은 우리가 뉘우치는 마음으로 돌아서면 잘못에서도 선이 솟아나게 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잘못은 우리를 더 겸손하게 하고 우리 자신을 덜 의지하고 하느님을 더 신뢰하는 선을 가져올 수 있다.

주님의 자비는 너무 커서 우리의 잘못마저 선이 되게 하신다! 중세의 플라망 지방 신비가 로이스브루크는 이렇게 말했다. ‘관대하신 주님은 우리 죄가 죄 자체에 대립하여 우리를 위한 선으로 바뀌기를 바라셨다. 그분은 우리 죄가 우리에게 유익한 것이 되고 우리 손안에서 구원의 도구로 변화되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셨다. 그러나 이것이 죄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나 죄 지은 데 대한 아픔을 조금이라도 감소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 죄는 우리가 겸손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