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윗자리에 앉지 말라고 하시고, 또한 불우이웃에게 대접하면 하느님께 보답 받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신학 대학에 입학한 후에 “왜 나는 재주와 능력도 없고, 교만하고 이기적이고 신앙심도 없는데 하느님이 부르셨을까?” 하고 많은 고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선배에게 상담해 보니 선배가 대답해 주길 “네가 부족하고 못 나서 부르셨다. 또 교만한 네가 세상에 살면 나쁜 짓을 많이 할 것인데 신부로 살면 약간 덜 할 것 같아서 부르신 것 같다.” 하고 자문해 주었습니다. 살아보니 그 충고가 너무 깊게 와 닿게 됩니다. 내가 능력, 돈, 지식이 있었으면 세상이 내 것인 것처럼 잘난척하고 하느님 말씀 무시하고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제자가 환시를 보게 되어 하느님을 뵙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자가 하느님의 옆에 성인의 자리가 예약되어있는 것을 보고, 환시에서 깨어난 후에 질투심으로 성인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성인께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악한 악한이다” 라고 대답하자, 제자는 “당신이 악한이면 범죄자, 살인자는 어떻게 사냐, 당신은 위선자이다.” 라고 추궁했습니다. 성인께서 대답하시길 “ 내가 받은 그 많은 은혜를 다른 이가 받았다면 그들은 저 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것 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잘나서 교회로 부른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너무 교만해서 돈이나 학벌이나 재능이 있으면 잘난척하고 안하무인으로 살 것을 걱정해서, 우리를 낮추라고 교회로 불러서 공동체 생활을 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신학생 때 마음이 답답해서 지체 장애자들이 살고 있는 평화의 마을에 며칠간 머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제 자신이 똑똑하고 잘나서 신학교에 머물고 있는 것은 내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 때 창문 너머로 17살 정도 되는 지체 장애자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중에 약간 나아보이는 장애자가 자신보다 못한 장애자를 약 올리고 눈을 던지면서 “바보야 !” 하며 놀리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것을 보고 작은 깨달음을 느꼈습니다.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우리 모두가 고만 고만한 사람일 것입니다. 아무리 재산, 지식, 능력이 많아도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왜 우리는 조금이라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자랑하며 살고, 조그만 자존심이 상해도 마음아파하고, 교만함을 가지고 살고 있을까요?

높은 자리에 앉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를 타이르는 작은 깨달음의 말씀입니다. 오늘 새로 임명된 사목 위원들을 포함한 모든 교회 봉사자들도 하느님의 말씀에 응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자신을 낮추고 끝자리에 앉아서 봉사하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